전국철도노조 파업이 장기화로 접어든 가운데 우려했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그제 저녁 서울지하철 4호선에서 80대 할머니가 전동차에서 내리던 중 열차 문에 발이 끼인 채 끌려가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열차 출입문 개폐 등을 담당했던 승무원은 대체 투입된 교통대학 재학생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고가 나자 부랴부랴 철수시킨다지만 코레일이 동원한 외부인력 가운데 18%가 교통대학 재학생이다. 많은 승객이 탑승해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전동차에 숙련되지 않은 대학생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한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기관사는 전방을 주시하며 열차를 운행하기 때문에 '차장'으로 불리는 승무원은 사실상 모든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중요한 자리에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한 게 규정상 합당한지, 또한 이들에게 최소한의 교육은 실시했는지 엄중한 조사가 뒤따라야 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코레일, 노조가 힘겨루기 양상을 띠면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정부와 코레일은 노조원 8,565명을 직위해제하고 지도부에 대해 강제구인에 나섰다. 이에 맞서 노조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는 한편 19일 대규모 2차 상경투쟁을 예고해놓고 있다. 수도권 지하철이 어제부터 감축운행에 들어간 데 이어 서울지하철노조가 내일부터 동조파업에 들어가면 최악의 교통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철도 민영화 논란을 두고 대립해 온 노사 양측은 하루빨리 사태 해결에 노력해야 한다. KTX 자회사 설립이 민영화가 아니라며 강경 대처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와 코레일부터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정부 주장대로 민영화를 밀어붙일 의도가 아니라면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노조 역시 무작정 파업을 확산시켜 승객의 안전을 볼모로 잡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강경 대응은 또 다른 충돌을 부르고 사태가 해결된다 해도 징계와 사법처리, 내부 갈등 등 후유증이 오래 남는다.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지금이라도 양측이 납득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합의를 도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치권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러다가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대형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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