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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116>날고 싶은 꿈, 라이트 형제 최초 동력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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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116>날고 싶은 꿈, 라이트 형제 최초 동력비행

입력
2013.12.1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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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년 12월 1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킬데빌 힐스. 북쪽에서 초속 12m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네 차례야, 꼭 성공해라." 동전던지기 순서에 따라 동생 오빌이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비행기에 올라탔고 형 윌버는 오른쪽 날개 끝을 붙잡은 채 이륙을 기다렸다.

오전 10시 35분, 그르릉 소리를 내며 엔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마을주민 존 대니얼스는 사진을 찍기 위해 활주로 끝으로 달려갔다. 그는 이날 현장을 지켜본 다섯 사람 중 하나였다. 비행기를 붙잡고 있던 줄이 풀리자 활주레일을 벗어난 비행기는 기우뚱거리며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바람을 따라 위아래로 요동치며 36m를 날아간 후 모래밭에 내려앉았다.

비행시간은 겨우 12초. 하지만 이 짧은 시간이 인류 역사상 최초의 동력비행으로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인간을 태운 기계가 자체 동력으로 허공에 날아오른 세기적 사건인 셈이다.

이날 윌버와 오빌 라이트 형제는 그들이 이름 지은 '플라이어 1호'를 타고 3번이나 더 비행에 성공했다. 네 번째 비행에 나선 윌버는 283kg의 무게와 12m 날개를 가진 기체를 타고 59초 동안 260m를 창공에 머물렀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 이들 형제는 미리 써둔 전보를 아버지에게 보냈다. "4차례 비행성공, 평균속도 31마일 최장 59초 언론에 알리기 바람."하지만 언론의 반응은 차가웠다. 지역 신문은 "인간은 날 수도 없고 설령 그런 묘기를 보인다 해도 생활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전보를 구겨버렸다.

이듬해 봄, 라이트 형제가 신문기자들을 초청해 선보인 '플라이어 2호'의 시험비행은 무참히 실패했다. 바람의 도움을 받지 못한 탓이었다. 바람 없이도 날 수 있는 비행기 제작에 공을 들인 이들은 1905년 '플라이어 3호'를 제작해 미국 국방부를 상대로 다시 시험비행에 나섰다. 그 결과, 38분 동안 38km를 날았으며 8자 비행과 선회비행에 성공했다.

그 이후, 형 윌버는 프랑스로 건너가 멋진 비행으로 유럽인들을 놀라게 했다. 동생 오빌은 미국에서 대중을 상대로 수 차례 비행을 선보였다. 누구도 이젠 그들이 세계 처음으로 동력비행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했다. 라이트 형제는 비행기 특허출원을 마친 후 회사를 세웠고 미국 국방부와 납품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형 윌버가 45세의 나이에 갑자기 장티푸스에 걸려 사망하자 동생 오빌도 비행기 사업에 흥미를 잃고 홀로 지내다 48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꿈은 110년 전 오늘 라이트형제의 첫 비행을 계기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인류 최초 비행에 대한 논란은 아직 계속되고 있지만 창공을 넘어 우주로 향하는 위대한 인간의 꿈이 그들 형제의 상상력과 노력에서 시작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손용석 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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