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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돌아갈래" 복고 신드롬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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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돌아갈래" 복고 신드롬에 빠지다

입력
2013.12.1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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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 뒤흔들다군생활 아련한 추억 자극… tvN '푸른거탑'이 촉매'응답하라 1994' 정점… '응사 세대' 신조어까지영화계에도 넘실올드보이·라붐·러브레터… 향수 깃든 작품 릴레이 개봉왕자웨이 등 스크린서 명멸가요계까지 들썩조용필·나미·들국화… 아날로그 정서에 흠뻑김광석·김현식 재조명도얼마나 지속될까30대 후반~40대 중반층 주도… "쉽게 꺼지지 않을 것" 중론

"나 돌아갈래~"

영화 '박하사탕'의 주인공 영호(설경구)가 울부짖던 대사다. 때묻지 않은 20대 청년 시절로 돌아가고 싶던 영호의 간절한 바람은 절규와도 같은 이 한마디로 압축된다. 정서의 결은 확연히 다르지만 올해 대중들이 마음 속으로 외친 말도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올해도 대중문화계엔 복고 바람이 불었다. 여느 해보다 센 강풍이었다. 2011년 영화 '써니'의 흥행으로 불기 시작한 복고풍은 올해 안방과 스크린에 유난히도 거세게 몰아쳤다.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웬만한 문장마다 '응답하라…'가 붙는 유행을 만들었고, 극장가는 '라붐' 등 옛 영화들이 넘실댔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했거나 1990년대 소개된 콘텐츠가 대중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복고 바람은 1월부터 뜨거웠다. tvN 예능프로그램 '롤러코스터'의 콩트 코너 '푸른거탑'이 정초 복고풍을 주도했다. 군대 생활의 애환을 소개하며 웃음을 제조하려 한 이 코너는 주로 예비역 남자들의 아련한 추억을 자극했다.

정점은 지난 10월 첫 전파를 탄 '응답하라 1994'였다. 신촌의 한 하숙집을 거점으로 팔도 청춘남녀의 사랑과 방황을 그려 케이블채널로는 극히 드물게 1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90년대 중반 학번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응사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빚어냈다.

영화계는 재개봉이 복고 붐을 이어갔다. 일본 이와이 순지 감독의 '러브 레터'와 '4월 이야기'가 다시 관객들을 만났고 뤽 베송 감독의 '레옹'과 '그랑블루'가 재개봉했다. 비디오와 TV로만 소개됐던 소피 마르소 주연의 1980년 작 '라붐'이 정식 개봉하기도 했다. 한국영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가 극장에 다시 걸렸고 '올드보이'도 개봉 10주년을 기념해 또다시 개봉했다. 90년대 홍콩영화의 아이콘인 왕자웨이 감독의 '중경삼림'과 '화양연화' 등도 스크린에 명멸했다.

복고 강풍은 가요계를 비켜가지 않았다. 8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나미가 '보여'라는 싱글음반으로 17년 만의 복귀 신고를 했다. 복고풍에 힘입어 그룹 들국화가 18년 만의 4집 앨범을 선보였고, 조용필도 10년 만의 신보 '헬로'를 내놓았다. 고 김현식이 세상을 떠나기 전 불렀던 노래들이 빛을 보기도 했다. 복고 바람은 뮤지컬로 옮겨가 고 김광석의 노래들이 극을 이끌어가는 뮤지컬 '디셈버'의 제작으로 이어졌고, 90년대 흥행한 할리우드 영화 '사랑과 영혼'을 '고스트'란 이름으로 무대 위로 호출했다.

대중문화계 복고풍 뒤에는 30대 후반~40대 초반 중년층이 자리잡고 있다. 1990년대는 김건모 신승훈 등 인기 가수들이 100만장 넘는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던 시절이다. 1990년대 20대를 보낸 이들은 이 대중문화 황금기의 중심에 서 있던 세대다. 'X세대'라 불리며 기성 세대와 차별화된 이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로 서로 소통했고 스스로를 영상 세대라 자부했다. 이들은 1997년 IMF 사태로 한국 경제의 거품이 꺼지기 전 경제 성장의 여러 과실들을 향유했던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 세대는 결혼을 거쳐 육아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되면서 대중문화 소비의 새로운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20대보다 경제적 여유를 지녔고 시간적 여유까지 가지게 된 이들은 자연스레 경제적 정서적으로 가장 풍요로웠던 시절을 되돌아보려 하고 있다. 지금 몰아치고 있는 복고 강풍을 불황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복고 바람은 중년층의 탄탄한 지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옛 것만 즐기는 문화 퇴행 현상이 일어날지 우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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