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하변에서 백이 A로 끼워서 흑 석 점을 잡는 것과, B로 젖혀서 흑C 때 백D로 연결하는 게 맞보기여서 흑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데 잠시 후 뜻밖의 대반전이 일어났다. 백홍석이 7로 죽어 있는 상변 흑돌을 움직였을 때 이창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8로 응수를 한 것이다. 순간 백홍석이 기다렸다는 듯 9로 머리를 쑥 내밀었고 여기서 순식간에 승부가 뒤집혔다.
이창호가 뒤늦게 10으로 수를 조이려 했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백홍석이 11, 12를 먼저 교환한 다음 13, 15로 먹여 친 게 결정타다. 이후 1부터 8까지 피차 외길수순을 거쳐 거꾸로 백돌이 다 잡혀 버렸다. 183수 끝, 흑 불계승.
돌이켜보면 실전보 흑7 때 백이 1, 3으로 받았으면 아무 탈이 없었다. 4로 끊어도 5로 수를 조여서 그만이다.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결과에 두 대국자 모두 망연자실, 승자 백홍석은 마치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였고, 패자 이창호는 침통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눈을 감고 마음을 추슬렀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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