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 오류 논란을 빚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에 대해 법원이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추가 소송은 가능하지만, 재판 일정 등을 고려하면 2014학년도 대학입시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반정우)는 16일 수험생 천모씨 등 59명이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정답을 2번으로 결정하고 이를 토대로 수능 등급을 결정한 것을 취소해달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정답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험생들이 “본안 판결 선고 전까지 수능 등급결정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제기한 집행정지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험생들이 문제 삼은 세계지리 8번 문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유럽연합(EU)에 대한 옳은 설명을 고르는 문제다. 평가원은 ‘EU가 NAFTA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는 보기 ㉢이 맞는 설명이라고 보고 문제를 냈다. 수험생들은 “총생산액을 어느 시점으로 비교할지 기준시점을 제시하지 않아 ㉢이 포함된 2번은 정답이 될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으나, 평가원이 2번을 정답으로 성적 발표를 강행하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교과서에도 EU가 NAFTA보다 총생산량이 많다는 취지로 기재돼 있을 뿐 EU와 NAFTA의 연도별 총생산액 규모를 통계적으로 비교하지는 않았다”며 “문항에서 ㉠ 지문은 명백하게 옳고 ㉡, ㉣은 명백하게 틀려 평균 수준의 수험생으로서는 이 문제의 답을 2번으로 고르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수능 모의평가와 한국교육방송공사(EBS) 교재에도 문제의 지문이 유사하게 출제된 적이 있어 충실하게 공부를 한 수험생은 옳고 그름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수험생들이 즉시 항소하더라도 19일부터 정시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등 대학 입시 일정 전에 항소심 결론이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올해 대입은 이미 발표된 등급을 기준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험생 측의 변호인은 선고 직후 “항소 여부는 원고 측과 추가적으로 의논해봐야 한다”면서 “입시 일정 상 항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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