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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러시앤캐시 감독 “도깨비 팀 No, 우린 이제 겨우 5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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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러시앤캐시 감독 “도깨비 팀 No, 우린 이제 겨우 50점”

입력
2013.12.1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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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꼽혔다. 은퇴 이후 줄곧 해설위원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게 됐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신생 팀의 젊은 이미지와 잘 맞는다고 했지만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었기에 어려움이 컸다.

7번째 막내 구단 러시앤캐시를 이끄는 김세진(39) 감독이 남자 프로배구판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1라운드 6전 전패를 할 때까지만 해도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던 러시앤캐시는 2라운드 들어 돌풍을 일으키면서 2승3패, 승점 7을 수확했다. 김 감독은 때로는 친형처럼, 때론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처럼 꾸짖으며 팀을 이끌고 있다. 김 감독은 16일 “백지 상태에서 이제 겨우 50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젊은 선수들이 경기를 치를수록 나아질 것이다”고 자신했다.

▲상승세의 비결? “승리 맛 본 선수들의 자신감”

김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마음을 비웠다. 주전 선수들이 손발을 맞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서 불과 개막 3주를 앞두고서야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주축 선수인 ‘경기대 3인방’ 이민규, 송희채, 이민규가 대표팀 차출 및 전국체전 출전 등으로 인해 훈련 할 수 있는 시간이 모자랐다.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처럼 시즌 초반 8연패로 부진했다. 김 감독은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쉬는 날 선수들과 함께 번지점프도 했고 최윤 구단주는 “10연패를 할 경우 삭발하겠다”는 이야기까지 꺼냈다.

반전은 2라운드에 일어났다. 8연패 뒤 맞이한 LIG손해보험과의 홈 경기에서 3-0으로 창단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14일 홈에서 한국전력을 상대로 또다시 3-0 완승을 따냈다. 김 감독은 “우리가 갑자기 실력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고 손사래를 친 뒤 “운이 좋았고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아직 콤비네이션이나 보이지 않는 범실을 할 때가 많은데 기복을 더욱 줄여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환골탈태’ 바로티…기다림이 만들어준 반전

러시앤캐시의 반전을 이끈 선수는 아르파드 바로티(22ㆍ헝가리)다. 1라운드만 해도 계륵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으며 퇴출 0순위로 꼽혔던 바로티는 2라운드 들어 확 달라졌다. 1라운드 공격 성공률이 39.47%로 ‘무늬만 용병’이었던 바로티는 2라운드 5경기에서 공격 성공률을 57.6%까지 끌어 올렸다.

김 감독은 “리버만 아가메즈(현대캐피탈)와 같은 특급 선수는 아니더라도 분명 잘 할 수 있는 친구였는데 몇 경기에서 부진하면서 너무 주눅 들어 있었다”면서 “바로티에게 ‘기다려줄 테니 한번 해보자’고 이야기를 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자신감이 부족했던 바로티에게 계속된 믿음과 신뢰를 주자 조금씩 제 기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배구 센스가 있었던 선수”라며 “선수들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이 기량이 올라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태웅(현대캐피탈)-한선수(대한항공)의 계보를 이을 유력한 주자로 꼽히는 세터 이민규(21)나 ‘포스트 석진욱’을 꿈꾸는 송희채(21),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히는 송명근(20) 등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솔직히 팀에 있는 젊은 선수들이 국가대표에 많이 뽑혀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다”며 “그것이야말로 대표팀이나 소속 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제 겨우 50점, 무서워하는 팀 만들 것”

김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큰 그림을 구상했다. 백지 상태에서 시작된 퍼즐은 이제 절반 정도 맞춰진 상태다. 그는 “전력 면에서 이제 겨우 50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그래도 경기 중에 보여 주는 파이팅만큼은 100점 이상을 주고 싶다”고 웃었다.

신임 김 감독이 꿈꾸는 배구는 무엇일까. 선수 시절 모든 것을 다 이뤄냈던 그는 “선수들이 즐겁게 하는 배구를 하고 싶다”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김 감독은 “무엇보다 선수들이 공격보다 수비에 희열을 느낄 수 있는 배구를 했으면 좋겠다”면서 “블로킹 하나와 수비에서 보람을 느끼면서 배구의 참 재미를 배워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끝까지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이제 겨우 2승을 했을 뿐이고 앞으로 다시 연패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며 “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끈한 팀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젊은 팀인 만큼 항상 적극적으로 임해 경기 내용에 충실하고 싶다”며 “궁극적으로 모든 팀들이 두려워하는 팀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재상기자

한국스포츠 이재상기자 alexei@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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