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 의사를 잇달아 폭행한 뒤 오히려 자신이 맞았다며 피해자를 고소한 의대 교수가 무고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 됐다.
경희대병원이 심장혈관센터를 새로 연 2011년 9월 24일. 순환기내과 과장으로 취임한 김모(51) 교수는 회식 자리에서 평소 과 운영 문제로 사이가 나빴던 후배 A(45)교수에게 “너 이 XX. 내가 이제 과장인데, 앞으로 지금처럼 양아치같이 굴면 죽여버리겠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에 선배 B(56)교수가 김 교수를 말리다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B교수는 김 교수가 던진 그릇에 얼굴을 맞아 전치 3주 부상을 입었다.
이 일로 비난을 받은 김 교수는 이틀 뒤 A교수를 병원 심혈관조영실 탈의실로 불러내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발로 차는 등 폭행했다. 탁자 밑에 쓰러진 채 얻어맞던 A교수의 “도와 달라”는 외침을 듣고 달려온 동료 교수들이 겨우 뜯어 말렸고, A교수는 상해 혐의로 김 교수를 고소했다.
김 교수는 약식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자 지난해 3월 “탈의실 폭행 당시 A교수도 나를 때려 늑골 골절상 등을 입었다”며 뒤늦게 A교수를 경찰에 고소했다. 조사 결과 A교수는 왼쪽 눈 부위 등에 맞은 흔적이 뚜렷했지만, 김 교수는 A교수를 때리다 입은 왼손 가운데 손가락 골절상 외엔 별 이상이 없었다. 이를 허위 고소로 본 수사기관은 김 교수를 무고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교수는 법정에서 “B교수에게는 일방적으로 맞았고, A교수와는 쌍방 폭행이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목격자인 동료 교수 8명을 일일이 불러 증인 신문을 하며 1년 가까이 심리한 끝에 김 교수의 유죄를 인정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곽형섭 판사는 A교수를 무고하고, B교수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김 교수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 교수가 다른 교수들에게 자신이 A교수를 때렸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이고, 사건 당일 (왼손)치료를 받을 때도 흉부 통증은 호소하지 않았던 점 등을 볼 때 A교수에게 맞았다는 김 교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무고죄는 국가 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를 방해하는 범죄여서 죄질이 가볍다고 할 수 없음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항소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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