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의 창업주인 '게임왕' 김정주(사진) NXC 회장의 파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레고 중개업체를 인수하더니 6개월도 못돼 이번엔 세계적 유모차회사까지 사들였다.
게임과 블록완구, 유모차는 선뜻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사업조합. 그러다 보니 일각에선 김 회장의 M&A성향을 구글 창업주 래리 페이지에 비유하고 있다. 래리 페이지는 매년 수많은 인터넷기업들을 사들이고 있지만, 한편으론 우주선 비행기 공룡뼈 등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분야에도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넥슨 지주회사인 NXC관계자는 "유럽법인 NXMH BVBA를 통해 지난 12일 노르웨이 유아용품업체 스토케AS의 지분 100%를 전량 인수했다"고 15일 밝혔다. 외신들은 스토케 인수가격을 4억8,300만달러(약 5,000억원)로 전했다.
1932년 스토케 집안이 창업한 스토케AS는 '명품' 유아용품 제조업체로 유모차와 아기침대 등을 만든다. 특히 스토케 유모차는 100만원이 넘는 초고가임에도 불구, '강남유모차'로 불릴 만큼 국내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스토케는 유럽재정위기 이후 영업부진으로 지난 6월부터 매물로 나왔고, 이 소식을 접한 김 회장은 흔쾌히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NXC 관계자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내린 사업적 결정이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 지 고민하는 스토케의 오랜 기업문화가 넥슨과 잘 맞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도 "스토케에서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오랫동안 협상했다"며 "앞으로 스토케 가족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유아용품 시장에 대한 지식을 배우겠다"고 전했다.
넥슨 측은 스토케 경영에 간여하지 않을 방침. NXC 관계자는 "본연의 사업에 충실한 것이 좋다고 보기 때문에 무리하게 게임과 연계시켜 공동사업이나 공동마케팅 등도 하지 않을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만약 사업적 연계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 이번 인수는 김 회장의 개인적 선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6월에도 유럽법인 NXMH를 통해 장난감 레고 블록을 사고 파는 세계 최대 레고블록 거래사이트 브릭링크를 인수했는데, 김 회장은 어릴 적부터 레고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넥슨과 김 회장은 분야를 정해놓지 않고 앞으로도 다양하게 해외인수 기회를 살필 방침이다. NXC 관계자는 "꼭 기존 사업과 연계를 검토하지 않는다"며 "투자할 기업 가치가 높고 회사 방향이 NXC와 잘 맞는다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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