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안팎에서 친박계 주류와 비주류 간 충돌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비주류 일각에서 친박 핵심인 홍문종 사무총장의 사퇴까지 요구한 것을 두고서다. 경우에 따라 친박 독주에 대한 비주류의 광범위한 불만이 연쇄적으로 터져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비주류 재선인 김용태 의원은 15일 "당 쇄신에 찬물을 끼얹은 홍 사무총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조직강화특위가 지난 13일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모씨를 강동을 당협위원장 단수후보로 선정해 비공개 면접을 진행한 것을 겨냥해서다.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성태 의원도 면접 당일 "홍 사무총장이 당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며 물리적 충돌을 빚은 바 있다.
김성태ㆍ김용태 두 의원의 화살은 당 조직을 총괄하는 홍 사무총장에게 맞춰졌지만, 당 안팎에선 친박계 독주에 대한 비주류의 반발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 한 수도권 비주류 의원은 "작년 총선 공천을 전후해 '친박당'이 된 뒤 몇몇 핵심들이 모든 현안을 독단적으로 처리해 오지 않았느냐"면서 "아직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의원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의원은 지도부 주요 인사를 거론하며 "친박 5인방이 박근혜정부와 당을 망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새누리당 내에선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공안정국 기류, 청와대 일방우위의 당청관계, 강경일변도인 대야관계 등에 대해 비판적인 의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이를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 중진의원조차 "무슨 얘길 했는지 다 (청와대에) 보고될 텐데…"라며 말을 아낄 정도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친박계 지도부의 정국 운영 방향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부쩍 잦아졌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민주당 양승조ㆍ장하나 의원 제명 추진에 대해 "박근혜정부를 돕는 게 아니라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비판했다. 비주류 중진인 이재오 의원도 같은 날 트위터에 '만즉복(滿則覆ㆍ가득 차면 기운다)'이라고 써서 강경일변도의 친박계에 일침을 놓았다.
한 정치권 인사는 "비주류 입장에선 박근혜정부 첫 해라 운신의 폭이 좁았겠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내년부터는 달라질 것"이라며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직 정비와 공천이 본격화하는 과정에선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갈등 양상으로 터져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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