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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한국사회 일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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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한국사회 일깨우다

입력
2013.12.1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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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이 평범한 인사말이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10일 고려대 후문 게시판에 붙은 이 제목의 손 글씨 대자보에 화답하는 대자보 게시가 전국 수십 개 대학으로 확산됐고, 14일 거리로 나온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의 모임에는 고교생과 중년들까지 참가했다. 보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를 중심으로 반박 움직임이 일면서 찬반을 떠나 관심이 전방위로 번지는 형국이다.

고대생 주현우(27ㆍ경영4)씨는 대자보를 통해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4,213명이 직위해제됐고, 시골마을에는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고, 자본과 경영자의 '먹튀'에 저항한 해고 노동자들에게는 수십억원의 벌금이 떨어지는 하 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습니다"라는 질문을 던졌다.

15일 '안녕들 하십니까'의 진원지인 고려대 후문에는 주씨의 첫 대자보 옆으로 비슷한 내용의 대자보 50여 개가 줄줄이 나붙었다.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가톨릭대 인천대 부산대 전북대 등 전국 수십 개 대학에서도 철도파업,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동성애 문제 등 사회 현안에 관심을 갖자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는 등 파장은 급속히 확산 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폭발적인 호응 속에 응답이 줄을 잇고 있다. 페이스북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지의 '좋아요' 클릭 수는 이날 18만 건을 넘어섰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 대학생의 양심과 용기가 이 겨울 이 나라 이 시대를 흔들고 있다"는 글을 올렸고, 그룹 샤이니의 종현(23)은 자신의 트위터 메인 사진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로 바꿨다.

SNS에서 누군가 '모이자'는 제안을 했고, 14일 고려대 후문에서 200여명이 모여 "안녕하지 못합니다"라고 외쳤다. 고교생과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들도 보였다. 서울 모 여고 3학년 윤모(18)양은 "철도노조 파업에 참가한 친구 부모님도 직위해제를 당했다"며 "나의 문제이고, 내 주변의 문제라 나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모(21ㆍ서울대)씨는 "이제까지 안녕하게 산 게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행사 후 서울역에서 열린 철도민영화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취업난 등으로 사회 참여에 소극적이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갑작스레 이 같은 움직임이 일어난 까닭은 뭘까. 그간 문제의식은 쌓였지만 촉발될 계기가 없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침묵해 온 젊은이들이 스스로 반성적 물음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며 "치열한 경쟁시스템과 이를 가속화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저항적 태도가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다만 지속성에는 의문이 제기됐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감성적인 접근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이 기존 시위와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대학 내 진보성향을 가진 학생들이 주도한 운동과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며 "1980년대 학생운동 특유의 역동성이 보이지 않아 오프라인으로 확산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 게시판에는 "사회 현안에 관심을 갖자는 것에는 동의하나 한 사안에 찬성하는 쪽은 악으로, 반대하는 쪽은 선으로 이분화해서는 힘을 얻을 수 없다"는 등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일베 회원들을 중심으로 '안녕' 대자보가 사회적 불안을 부추긴다는 식의 반박 움직임도 일고 있다. 자신을 고려대 학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14일 일베 게시판에 이 학교 이샛별씨가 쓴 대자보를 찢은 사진을 올렸고, 가톨릭대에 붙었다는 반박 대자보 사진도 게시됐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결국 이것도 '안녕들 하십니까'에 대한 큰 관심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글을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렸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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