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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체형에 맞는 승용마 육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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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체형에 맞는 승용마 육성한다

입력
2013.12.1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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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2014년은 말의 해다. 소와 닭, 돼지, 개 등과 함께 인류 역사와 오랫동안 함께했지만 말은 다른 가축에 비해 관심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교육과 의료, 산업 등 여러 측면에서 승마의 유용성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승마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4만5,265명으로 2010년 2만5,380명 대비 78.3%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승마를 귀족스포츠에서 생활체육으로 전환하겠다"며 '승마 활성화 방안'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정작 승마용 말은 너무 부족하다. 전국에 사육되고 있는 말 약 3만마리의 대부분은 경주마고, 승용마는 8,000마리 정도다. 그나마도 퇴역한 경주마가 태반이다. 승마가 진정한 생활체육이 되려면 우리나라에 맞는 승용마가 필요하다. 과학자들이 2009년부터 승용마를 육성하기 시작한 이유다.

경주마는 말 그대로 잘 달리면 된다. 스피드를 최고로 낼 수 있는 신체 조건이 필요하다. 늘씬한 근육질이어야 하고, 심폐 기능이 우수해야 하며, 민첩하고 경쟁심이 강해야 한다. 태어난 지 24개월이 되면 이런 방향으로 훈련을 받으며 성장하다 1, 2년 뒤부터 본격적으로 경기에 투입된다. 하지만 훈련한다고 다 경기장에 남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경주 능력이 떨어지면 바로 퇴출이다. 나이가 들어 스피드가 줄어도 경기장을 나가야 한다. 이런 경주마들은 주로 승용마로 쓰이게 된다.

어릴 때부터 경주용으로 훈련 받아 본능적으로 빨리 달리려 하고 이기려 하는 말을 곧바로 승마용으로 썼다간 자칫 위험할 수 있다. 승용마로 다시 훈련을 시켜야 한다. 승용마는 굳이 빨리 달릴 필요가 없다. 가장 중요한 요건은 사람의 명령을 잘 따르고 온순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구력이 있어야 하고, 균형 잡힌 체형과 보기 좋은 털 색깔 등 외모도 기왕이면 우수할수록 좋다. 결국 경주마 입장에서 보면 전혀 다른 말이 되란 얘기다. 재훈련이 쉬울 리가 없다.

현재 국내에는 '더러브렛'이라는 품종의 퇴역 경주마가 승마용으로 많이 보급돼 있다. 더러브렛은 전 세계 경마에 가장 많이 등장할 만큼 경주용으로 우수하다. 하지만 키가 160cm가 넘어 어른이 타기에도 높고 위험하다. 활발하고 민첩하긴 하지만 흥분을 잘 하고 기복이 많은 편인 것도 승마용으로선 단점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더러브렛을 우리나라 토종인 제주마와 교배시켰다. 현재 제주시 축산진흥원에 공식 등록돼 있는 제주마는 2,465마리. 키 110cm 정도로 체격이 작지만 균형이 잘 잡혀 있고, 병에 잘 걸리지 않으며, 지구력이 좋고 참을성이 강하다. 제주마와 더러브렛을 교배시켜 두 품종의 장점을 모두 갖춘 신품종을 육성한다는 게 축산과학원의 계획이다. 축산과학원 난지축산시험장 김남영 연구사는 "새 품종은 키 140~150cm의 온순하고 지구력 강한 말로 육성해 한국인에 적합한 승마용으로 널리 활용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말은 일반적으로 25년 이상 산다. 330일 동안 임신해 보통 새끼 1마리를 낳는다. 닭이나 돼지 같은 작은 가축에 비해 세대 간격이 길고 개체 수도 적다. 품종 개량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얘기다. 새로운 품종 하나를 얻으려면 적어도 5세대는 거쳐야 한다. 제주마와 더러브렛을 교배해 얻은 말(제주산마)은 지금까지 1, 2세대가 나왔으니 새 승용마 품종이 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제주산마는 현재 전국에서 경주용과 승마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축산과학원은 이 가운데 600마리를 선발해 유전자 분석을 진행 중이다.

소나 돼지, 닭처럼 주로 식용으로 쓰이는 가축은 육량이나 육질 등 객관적으로 측정이 가능한 수치를 이용해 품종을 개량하면 되지만, 승용마는 신체 조건뿐 아니라 승용 능력과 명령에 따르는 정도, 품성 등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상당히 주관적이라는 어려움이 있다. 이를 되도록 정확하게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느냐가 성공적인 품종 육성의 조건이기도 하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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