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진행 중인 양극화로 우리 사회의 소득 불균형이 일제 강점기인 1940년대 초반 수준까지 악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15일 서울대 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식민지기 조선의 소득 불평등' 논문에 따르면 일제가 남겨 둔 당시의 소득세 납부 실적을 분석한 결과, 태평양 전쟁 발발 직전인 1940년 식민지 조선에서 상위 5% 계층으로의 '소득 집중도'는 29.5%로 추정됐다. 상위 5% 부자들이 전체 소득의 3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소득 분배가 악화했었다는 얘기다.
논문을 작성한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해방 이후의 장기 추세도 분석했는데, 1970년대 이후 97년까지 줄곧 20% 내외에서 안정됐던 소득 집중도가 외환위기를 거치며 급증하기 시작해 불과 12년 후인 2009년 30%까지 도달해 1940년대 초반으로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확대되고, 상위 소득자에게 적용되는 한계 세율이 크게 낮아지면서 부유층의 소득비중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최상위 1%계층의 비중(2009년 12% 내외)은 97년(7% 내외) 보다 높아졌으나, 절대 수준은 여전히 일제 치하(17%) 보다는 크게 낮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제시대에도 고소득자의 서울ㆍ경기지역 집중 현상이 뚜렷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제가 소득세를 징수한 상위 3%의 지역 분포를 분석했는데, 서울ㆍ경기 비중이 전체의 26.8%에 달했고 부산ㆍ경남(10.8%)이 크게 뒤진 2위를 기록했다. 또 3위와 4위는 8% 내외의 점유율을 보인 평안남도와 경상북도가 차지했다.
상위 소득자를 남한과 북한으로 나눴을 경우 남한 비중이 '7대3'이나 '6대4'가량으로 많았는데 이런 경향은 최상위 소득계층일수록 더욱 뚜렷했다. 1933년의 경우 상위 1% 계층의 남북한 비율은 '7대3' 수준이었으나, 상위 0.01% 계층의 비율은 '8대2'로 더 높았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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