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심의에서 여야 간 신경전이 대단하다. 민주당은 "전시성 사업, 정치적 논란이 있는 항목, 4대강 뒤치다꺼리 예산 등 5,700여억 원을 삭감해 민생과 복지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공약을 실천하라고 요구하고서, 실천하려고 하니 관련 예산을 삭감하려고 한다"며 "예산을 정치투쟁의 볼모로 잡지 말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예산 심의가 초반이어서 지금 어느 쪽 주장이 더 타당성 있는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세부적인 논의에 앞서 큰 원칙은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여야가 입만 열면 외치는 민생과 경제살리기가 기준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정략을 버리고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예산안에 경로당 난방비 지원 항목이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작은 문제라고도 볼 수 있지만 진정성 측면에서는 아주 중요하다. 새누리당은 여야 대립으로 예산안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준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고 그 경우 추운 겨울에 경로당 난방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압박한 바 있다. 그러고서 정작 제출된 예산안에 이 항목이 빠져 있다면 누가 진정성을 믿을 수 있겠는가.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 안보교육 예산을 다시 배정한 것도 요령부득이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운데 편향성 논란을 야기한 안보교육을 또 하겠다는 것은 혼돈을 가중시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교육의 중립성을 담보하는 조치를 선행해야 할 것이다.
창조경제 관련 예산도 논쟁거리다. 민주당은 '창조'라는 말만 붙어 있으면 삭감할 태세이나,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면 용어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4대강 후속 예산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사업이라고 해서 수질 개선과 보수 등 불가피한 항목까지 없애는 것은 더 큰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다.
올바른 예산 심의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선심성 예산이나 전시성 사업, 정치적 논란을 야기할 항목을 삭감해 민생과 경제살리기로 돌리면 된다. 여야가 정략에서 벗어나 진정성 있게 예산 심의에 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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