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정책이 무역협정에 위배된다며 정책에 제동
다국적 담배 회사들이 “담배 관련 규제가 무역 장벽을 낮추려는 무역ㆍ투자 규정에 위배된다”며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선진국의 금연 추세로 시장을 잃은 미국과 유럽의 담배회사들이 국제무역 소송에 익숙하지 않은 아시아 및 아프리카의 가난한 국가에 여러 규정을 들이대며 겁을 주면서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나미비아는 젊은 여성의 흡연이 증가하자 2010년 담배 광고를 제한하고 담배 포장에 경고문을 부착하는 내용의 담배 규제법안을 통과시켰다가 곤욕을 치렀다. “새 법안이 무역 조약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다국적 담배 회사들이 시비를 걸었기 때문이다. 소송 비용을 두려워한 나미비아 정부는 법안 통과 3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법안의 규정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담배 회사의 주장을 반박할 국제법 지식이 없는 것도 이유다. 나미비아 보건장관 리차드 카뮈는 “담배업체가 보낸 편지가 수북하다”고 말했다. 가봉, 토고, 우간다도 비슷한 협박에 시달렸다. 호주의 담배 규제 전문가 조너선 리버만은 “담배업계가 (개발도상국을)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필립모리스는 2010년 우루과이가 공공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정하고 담배갑의 80% 이상을 흡연 경고문과 폐해 안내문으로 채우게 하자 “경고문구가 상표나 로고 보다 클 경우 브랜드 경쟁력을 훼손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우루과이는 이에 부담을 느끼고 담배 규제 축소를 고려했으나 보건 문제에 관심이 많은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사재를 털어 소송비용을 부담해 겨우 규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담배 회사들의 법적 조치는 흡연을 줄이려는 국가들에게 의도적으로 공포감을 주입하는 것”이라며 “늑대(담배업체)가 양의 탈을 벗고 발톱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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