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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2월 16일] 중소기업 금융과 은행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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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2월 16일] 중소기업 금융과 은행의 역할

입력
2013.12.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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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에서 중소기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중소기업은 전체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현 시기 우리 경제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는 혁신과 차별화에 보다 적합하다. 이러한 중소기업이 잘 성장하기 위해서 금융이 원활히 제공되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중소기업 금융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 대출과 관련하여 불만이나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은행 대출이 지나치게 담보에 의존한다는 것과 정작 중소기업들이 어려울 때 대출을 줄이거나 회수하는 이른바 '비오는 날 우산 빼앗기' 등을 들 수 있다.

우선 담보대출의 문제를 생각해보면 사실 담보는 채무자의 부도로부터 채권자를 보호하는 기능 이외에 채권자-채무자 간의 비대칭정보 문제를 해소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즉 담보는 채무자의 부채상환 능력이나 의지와 관련된 사적 정보를 채권자에게 전달해주는 신호장치의 기능을 한다. 돈을 빌리려는 채무자들은 누구나 자신의 부채상환 능력이나 의지에 대하여 좋게 이야기하려 할 것이고, 정말 자신의 상환 능력이나 의지에 확고한 믿음이 있는 채무자는 서슴없이 담보를 제공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담보가 걸려 있는 경우 채무자가 기업 경영을 게을리 하거나 빌린 돈을 위험한 사업에 투자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크게 줄어든다. 따라서 담보가 제공되는 경우 그 대출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볼 수 있으며 그 금리도 낮아지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담보로 쓸 만한 자산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이 문제는 신생기업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이러한 담보 부족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은행과 채무자 사이의 장기 거래관계이다. 양자 간에 장기 거래관계가 형성되는 경우 채무자는 향후 장기간에 걸친 거래로부터의 이익을 얻기 위하여 일회성의 편익을 줄 수 있는 도덕적 해이를 멀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은행의 입장에서 상대 기업에 대하여 장기간 정보를 축적할 수 있다는 것도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완화해준다.

이와 같은 은행과 채무기업 간의 '관계금융(relationship banking)'은 결국 은행과 채무기업 모두의 이익을 증진시켜주는데 우리나라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과 관련하여 가장 부족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관계금융이다. 그리고 관계금융을 통해 기업에 대한 정보 생산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해 발생하는 중요한 문제가 바로 '비오는 날 우산 빼앗기'이다. 은행이 채무기업에 대하여 정통하고 이에 따라 일시적인 유동성 압박과 경영 부실 등을 가려낼 수 있다면 비오는 날에 오히려 우산을 빌려주지 않겠는가.

그럼 우리나라에서 왜 은행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금융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그 해법은 무엇일까. 그 원인도 여러 가지이고 해법도 다양하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문제는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가 스스로 채무기업에 대한 정보를 생산하고 경영활동을 감시하려는 유인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은행의 중소기업 지분 보유를 일정 수준까지 허용하는 정책 대안을 생각할 수 있다. 은행이 채무 중소기업의 지분을 일부 보유하는 경우 채무관계에 투자관계까지 더해져 은행의 해당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된다. 사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기업지분 보유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며 과거 독일이나 미국에서 산업혁명의 선발 주자인 영국을 따라잡기 위해 유니버설 뱅크를 설립하고 기업의 설립부터 청산까지(요람에서 무덤까지) 동행하도록 한 모델과 유사하다. 물론 이 방안도 은행과 이 밖의 투자자 간의 이해상충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은행이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이해상충의 문제를 해소하는 장치를 함께 마련하는 한편 소규모의 중소기업 및 혁신형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은행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대학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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