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 바꾼 입찰자들생명·저축은행 예상보다 부실 커실사서 가치 마이너스로 나와 "2000억 이상 할인 요인"대형 증권사 줄줄이 매물 대기… 매력 떨어지자 소급 입장 선회제동 건 우리금융최저 매각 기준가 적용하기로… 노조도 "전면 재검토" 주장당국 "공적자금 회수가 목적… 적정가 아니면 안 팔아" 거들어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 진행중인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자산운용, 우리금융저축은행)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임박하면서 매각자와 인수자 간의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예비 입찰 후 실사를 거친 결과, 적정가격에 대한 양측의 인식 차이가 오히려 커진 데다 현대증권 등 다른 대형증권사들이 잇따라 매물로 나오면서 인수 후보들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16일로 예정된 이번 본 입찰에 NH농협금융과 KB금융 파인스트리트의 참여가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이 써내는 가격은 1조원을 넘기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10월21일 마감된 예비입찰 당시 KB·농협이 각각 1조1,000억원, 파인스트리트가 1조4,000억원을 써낸 것에 비해 크게 낮아진 가격이다.
이는 실사 과정에서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저축은행의 부실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아비바생명의 경우 2,000억원 넘는 증자 필요성이 제기됐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실사 결과 생명보험과 저축은행은 가치가 마이너스(-)로 나온 것으로 안다"며 "전체적으로 2,000억~3,000억원의 할인 요인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내년에 현대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우리투자증권 매력도를 떨어뜨린 요인으로 꼽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인수전 초반의 공격적인 분위기와 달리 인수 후보들도 태도도 소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본 입찰에는 참여하지만 시장가치에 따라 가격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KB금융이 최근 조기 매각이 결정된 동양증권에 더 관심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2일 이사회에서 인수 참여 안건을 통과시킨 NH금융 역시 가격을 1조원이 이상 부르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예비입찰에서 최고가를 제시한 파인스트리트 관계자는 "가격이나 증권 업황 등을 따져볼 때 무리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좋은 조건의 후속 매물이 나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막판까지 참여 여부를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우리금융은 '가격 후려치기'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패키지에 포함된 4개 기업에 대해 최저매각 기준 가격(MRP)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예컨대 우리아비바생명의 최저매각가가 1,000억원인데 KB금융이 -2,000억원을 써내고 전체 패키지 가격을 1조원을 제시한 경우 최저매각가와 개별입찰가의 차이인 3,000억원을 1조원에서 제외, 실제로는 7,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노동조합은 14일 전직원 총력 결의대회를 열고 "현재 거론되는 3사는 모두 부적격 후보"라며 "우리금융 민연화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매각 자체가 무산되거나 계열사별로 찢어져 새 주인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이번 매각에서는 우투증권을 제외한 패키지 내 계열사에 대한 개별 입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사 상황이 나빠서 파는 게 아니라 민영화를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게 목적인 만큼 적정가격을 받지 못하면 반드시 매각을 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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