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당국이 1971년 독립전쟁 당시 대량 학살을 자행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야당 지도자 압둘 카데르 몰라(65)의 사형을 집행했다. 내년 총선(1월 15일)을 불과 20여일 남겨 놓은 상황에서 그에 대한 사형 집행이 이뤄져 방글라데시 정국에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쿠암룰 이슬람 방글라데시 법무차관은 12일(현지시간) "수도 다카의 중앙 교도소에서 (야당인) 자마트 에 이슬라미당 지도자인 몰라를 교수형에 처했다"고 밝혔다. 그의 사형은 당초 10일로 예정됐으나 집행 연기 신청 등으로 인해 이틀 늦춰졌다.
BBC에 따르면 1971년 파키스탄과의 독립전쟁 당시 자행된 학살을 조사하기 위해 출범한 방글라데시 국제범죄재판소에 의한 사형 집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초 있었던 재판에서 몰라는 검찰로부터 '미르푸르(다카 외곽지역)의 도살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당시 파키스탄에 맞서 독립을 지지하는 시민과 지식인 수백만 명을 학살한 혐의를 받았다. 그와 함께 재판에 회부된 야당 지도자 4명 모두 사형을 선고 받았다. 그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자 수백 명이 다카 도심으로 몰려나와 환호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최대 이슬람 정당인 자마트 에 이슬라미는 "몰라에 대한 사형이 정치적 동기로 이뤄졌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15일 전국에 걸친 총파업 단행을 지지자들에게 촉구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초 총선을 앞두고 자마트 에 이슬라미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자마트 에 이슬라미는 지난 8월 대법원으로부터 불법 정당 판결을 받아 내년 총선에 참여할 수 없다. 제1 야당인 방글라데시국민당(BNP) 등 18개 야당도 총선에 불참키로 하고 반정부 투쟁을 벌이고 있다. 몰라의 사형 집행 이후 그의 지지자들과 경찰이 충돌해 최소 3명이 사망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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