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3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천하의 만고역적'이라 표현한 데서 보듯 그에겐 '국가전복음모죄' 외에도 씌울 수 있는 모든 중범죄 혐의가 적용됐다. 심지어 북한 경제를 대혼란에 빠트린 2009년 5차 화폐개혁 실패까지 장성택에게 책임을 물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사형 절차의 일회성이나 신속한 집행, 방대한 죄목 등은 역설적으로 장성택의 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벌 강도가 가장 센 죄목은 개인 우상화다. 유일 영도체계의 존립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국가안전보위부는 장성택이 '1번 동지'로 불리며 자신의 부서(당 행정부)를 '소왕국'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봤다. 구체적 사례도 적시했다. "김일성ㆍ김정일의 모자이크 영상작품과 현지지도 사적비를 대동강 타일공장에 설치하는 사업을 가로막았다"는 부분이다. 실제 지난해 8월 평양 대동강타일공장 2단계 능력확장공사 준공식 사진에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 동행한 장성택의 모습이 포착된다.
경제부문의 전횡도 장성택의 몰락을 재촉했다. 보위부는 특히 2009년 화폐개혁 실패의 배후로 장성택을 지목했다.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을 부추겨 수천억원을 남발했다"는 요지인데 박남기는 개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정부 당국자는 "화폐개혁은 북한 주민들이 정권에 가장 불만을 가진 사안"이라며 "장성택이 화폐개혁의 주도 세력이 아님에도 정권 차원의 책임을 장성택에게 떠넘기려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장성택이) 지난 5월 나선경제무역지대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팔아먹었다"는 '매국 행위' 내용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5월 장성택 주도로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했으며, 이 때 토지 임대기간의 상한을 50년으로 정했다. 그 이유가 "지하자원 등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심복들이 거간꾼들에 속아 많은 빚을 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5월 13일 이후 한 달여간 장성택의 공개활동 보도가 뚝 끊겨 당시 이미 자원 헐값 매각과 관련한 조치로 모종의 제재를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부화(부적절한 남녀관계), 외국 도박장 출입, 추잡한 사진자료 유포 등 자본주의 풍조에 물든 장성택의 개인적 타락도 거론됐다. 북한은 최근 휴대폰과 이동식저장장치(USB), 노트텔 등의 확산과 그로 인한 불법 영상물의 대량 유입을 우려해 대대적인 검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사회통제의 고삐를 죄기 위해 장성택의 사상적 해이를 걸고 넘어진 것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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