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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친구 따라 대학 가는 건 NO 내가 하고싶은 일 하니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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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친구 따라 대학 가는 건 NO 내가 하고싶은 일 하니 YES"

입력
2013.12.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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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지속적인 진로 상담 받으면서 학생 90%가 진학 대신 취업 원해"사회도 우호적으로 변했죠"● 수원공업고등학교취업 꿈 생기며 교내 폭력 사라져… 교사들도 취업 알선 맞춤교육올해 취업률 57%로 급상승

"연구원이라는 호칭은 아직 쑥스러워요. 고학력 선배들 대하기도 어렵죠. 하지만 선배님들! 열심히 배워서 연구원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열아홉 살,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한 박양의 포부가 당차다. 박양은 지난 2월 경북 구미시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 학교는 2010년 기술 장인 육성을 위해 설립 된 마이스터고. 1기 졸업생인 박양은 명문대 나와도 입사하기 힘들다는 LG이노텍 정규직 연구원이다. 급여는 대졸 신입연구원보다 작지만, 4년 뒤면 똑 같아진다. "대학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안쓰러워하는 분들도 있지만 자기가 배우고 싶은 만큼 배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마이스터고에서 매일 새벽까지, 주말까지 실컷 공부했다. 원하는 일을 하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박양은 말했다.

대학, 꼭 가야 하나요?

"원하는 곳에 취업하려면 좋은 성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중학교 때 전교 평균40% 수준이던 내신 성적을 2%(10위권)까지 끌어올렸죠.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가 1학년 때 이 학교로 전학 왔는데 만일 여기 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재수를 준비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일신여상 3년 이수현(18)씨, KDB산업은행 입사)

고졸 취업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3년 교육부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특성화고(옛 실업고)의 올해 취업률은 44.2%로 2010년 19.1%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마이스터고로 한정하면 1기인 올 2월 졸업생의 94.6%가 취업했다. '신(新)고졸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는 과장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고졸 채용 활성화 정책이 그 물꼬를 텄다. 그 전까지 고졸 채용은 대단찮았다. 2010년 특성화고 마이스터고가 설립되고 '고졸 채용 활성화'정책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2011년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권이 20여 년 만에 고졸 직원을 채용했다. 2012년에는 삼성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600명의 고졸 공채를 했고, 한화도 1,200명 포스코도 100여명을 선발했다. 올해는 한국전력공사 한국철도관리공사 등 129개 공공기관이 3분기까지 1,106명의 고졸자를 뽑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김선태 연구원은 "정부가 주도하고 산업계가 협력하면서 고졸 채용이 뚜렷한 트렌드가 됐다"고 말했다.

학교 분위기도 달라졌다. 지난 2일 오전 8시. 서울 관악구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에 200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서울여상의 '취업희망자 특별 전형' 입학 면접. 서울시교육청이 2011년부터 시작한 취업희망자 특별전형은 내신 대신 면접 점수로 합격자를 뽑는다. 이창우 서울여상 교감은 "이번 신입생들은 특별하다"고 말했다.

"2009년 서울여상 취업율은 60% 였다. 그 해 전국 실업계고 평균 취업율은 17%였다. 서울여상은 전통적으로 취업률이 높아 입학경쟁률도 높다. 하지만 그렇게 입학한 학생들도 90%가 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취업 희망자는 10%였다. 지속적인 진로 상담을 받으면서 2학년 때쯤에야 진학 30% 취업 70%가 된다. 그런데 이 비율이 올해부터 완전히 뒤집혔다. 올해 지원자는 90%가 취업을 희망한 '신세대'다."

이 교감은 "어영부영 대학을 가느니 자신의 목표를 좇아 취업하겠다는 소신 있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며 "전체 사회 분위기가 고졸자들에게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날 서울여상에 지원한 조수민(16) 씨는 "대학을 나와도 취업 못하는 현실에서 꼭 대학에 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위 분들은 성적이 아깝다고 했지만,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해서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양의 성적은 중학교 상위 2%. 2013년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 경쟁률은 1.08대1로 미달 학교는 단 한 곳도 없었다. 2011년만 해도 미달 학교가 부지기수였고, 부산의 경우 특성화고 34곳 중 12곳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학생도 학교도 달라졌다

"오랫동안 공업고등학교는 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있었다. 성적 최하위 학생들이 들어와 말썽이나 피우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기업들도 공고출신을 외면했고 동네 주민들은 학교 이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모든 게 달라지기 시작했다."(수원공고 한대성 교감)

2009년 44명이던 수원공고 중도탈락자(자퇴, 퇴학)는 올해 12명으로 줄었다. 해마다 10건씩 되던 학교 폭력도 지난해부터 1건 정도로 급감했다. 왕따 흡연 등도 현저히 개선됐고, 학생들은 교사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기 시작했다. 한 교감은 "친구들, 선배들이 취업하는 걸 보면서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졌다"며 "나도 취업할 수 있다는 희망이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신?났다. 제자들의 취업 알선을 위해 교사들이 챙겨두는 기업 명부도 두툼해져 수원공고의 경우 2010년 100여 개이던 연락처가 3년 새 250여 개로 늘어났다. 회로반, 자동차설비반 등 교사 학생 직무 동아리는 지난해 10개에서 올해 38개가 됐다. 지난해부터는 매달 외부 인사 초청 강연회도 여는데, 취업률이 높은 학교의 교장, 공대 교수, 고졸 출신 CEO 등이 학교를 방문했다. 수원공고 취업률은 2009년 17.7%에서 올해 12월 1일 기준 56.9%로 상승했다.

수업도 달라졌다. 지난해까지 '진학아카데미'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선별해 국영수를 가르치던 교사들은 이제 '취업아카데미'에서 기술 이론과 현장 실무를 가르치며 공기업과 대기업 공채에 대비한다. 지난해 63명의 취업아카데미 학생이 한전등 공기업과 대기업,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김성환 수원공고 중소기업취업지원부 부장교사는 "예전에는 특성화고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3학년 담임 교사 몇 명만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움직였지만 지금은 모든 선생님이 함께 호흡한다. 이런 상황이 10년만 계속되면 대한민국 교육의 지형도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대학에 가지 않아도 성공하는 세상'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대졸 과잉 학력 비율을 42%로 추정했다. 10명 중 4명 이상이 대학에 '과잉'진학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른 사회적 기회비용도 19조원. 보고서는 "이들이 진학 대신 취업할 경우 GDP 성장률은 1.01% 포인트 추가 상승한다"며 "대학에 갈 수밖에 없는 한국의 현실을 직시해 과잉학력 악순환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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