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사무용 의자 제조회사인 킴홍사의 에드워드 천 대표는 지난달 25일 거래처인 삼성토탈 공장이 있는 충남 서산을 찾았다. 그런데 방문 이유가 특이했다. 비즈니스 미팅 아닌 김장 행사 참여를 위한 것이었다. 부인과 함께 오면서 비용도 본인이 부담했다.
그의 서산 방문은 올해가 세 번째. 천 대표는 "2년 전 삼성토탈 초대로 김장 행사에 와서 수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김장을 해보니 재미있고 한국을 훨씬 잘 알게 됐다"며 "삼성토탈 공장도 둘러보고 회사 관계자도 만나니 훨씬 편해져서 대만에서도 김장을 함께 한 사이라며 반갑게 만난다"고 덧붙였다.
이날 충남 서산 서령고 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토탈 '행복한 김장 나눔 축제'는 다른 기업들의 김장행사와는 사뭇 달랐다. 올해로 5회를 맞는 이 행사에는 중국,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등 7개 나라에서 67개 거래처 관계자와 그 가족까지 120여 명이 찾았는데, 이 중에는 대만 치메이 그룹, 일본 미쓰비시 그룹, 일본의 에어어컨 회사인 다이킨 등 대기업부터 중견기업까지 두루 포함됐다. 삼성토탈 측은 김장 행사 말고도 토탈 공장 투어, 한국 문화 체험 등 갖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손석원 삼성토탈 사장은 "김장을 통해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출 기업으로서 우리의 김장 문화를 해외 거래처들을 통해 널리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며 "딱딱하게 정장입고 회의실에서 만나는 것이 아닌 함께 배추에 양념 버무리고 김치도 먹여주면서 서로를 자연스럽게 알아가자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고 의미도 있는 모임이다 보니 거래선들의 반응도 좋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거래 실적이 많은 회사 위주로 초청장을 보내는데 초청 못한 거래 회사들로부터 갈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고 비용을 내고서라도 오겠다는 거래처도 많아지고 있다"며 "행사에 못 온 거래처에 김치를 보내주는데 가는 중에 푹 익어도 맛있다고 더 보내 달라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2001년부터 김장 행사를 진행, 원조 기업이라 할 수 있는 한국야쿠르트는 13년째를 맞은 올해부터는 사전에 신청을 한 일반 시민 자원봉사자 1,000여 명과 함께 하는 축제 형식으로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달 13일 행사가 열린 서울광장에서는 전문 DJ가 최신 댄스곡부터 트로트 가요까지 다양한 노래를 틀어주고 행사 참가 시민의 사연을 소개하는가 하면 김장 행사 참가 시민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회사 관계자는 "봉사도 하면서 다 함께 어울려 웃고 즐기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시민과 호흡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며 "오랫동안 김장 행사를 해오면서 유산균이 우리 몸 구석구석을 돌보듯 작은 부분까지 챙기는 따뜻한 회사라는 이미지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또 다른 방식으로 김장 행사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 동안 행사 후원만 하던 서울시도 지난해부터 한국야쿠르트와 행사를 공동 주관하며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행사에는 2001년 부산에서 동료 야쿠르트아줌마들과 첫 번째 김장 행사를 진행했던 이서원씨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씨는 "평소 제품을 전달하면서 동네 곳곳을 다니다보면 김장을 할 수 없는 어려운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고 도와보자고 했더니 모두 공감하고 선뜻 나섰다"며 "소박하게 시작했던 김장행사가 시민 축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첫해 부산에서는 500여 명이 6,000포기의 김치를 담갔지만, 2004년부터는 전국 주요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했고, 올해는 참가 인원 3,000여 명에 12만 포기(약 250톤)를 담갔을 만큼 그 규모도 커졌다. 회사 측은 '한 장소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김장을 담근' 기록으로 기네스에 도전하기 위해 '월드기네스' 측에 심사를 요청한 상태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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