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27ㆍ여)씨는 올해 6월 대학 동기 차모(27ㆍ여)씨가 신혼살림을 꾸린 서울 반포동 아파트를 찾았다. 둘은 서로 집안 사정까지 속속들이 알 정도인 단짝 친구 사이. 차씨의 결혼식 사진 속에서도 박씨는 신부 옆에서 밝게 웃고 있었다.
그러나 차씨가 음식을 장만하러 주방으로 간 사이 화장대에 놓인 보석함이 박씨 눈에 들어왔다. 상자를 열자 고가의 보석들이 여심을 흔들었다. 박씨는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감정가 1,800만원)를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열흘쯤 뒤 예물반지가 없어진 사실을 안 차씨는 그간 집에 왔던 손님들을 떠올렸지만 친구가 범인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이달 10일 차씨의 집을 찾은 박씨는 또 보석함에 손을 댔다. 이번에는 다이아몬드 목걸이(600만원)와 반지(250만원)를 품에 숨겼다. 그날 밤 차씨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고 했다. 최근 집에 온 손님은 가장 친한 박씨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차씨는 밤새 고민하다 경찰에 신고했고, 박씨에게 다음날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박씨는 친구가 보는 앞에서 긴급 체포됐다. 처음 훔쳤던 다이아몬드 반지는 헐값인 300만원에 우정과 함께 팔아버린 뒤였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박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전과가 없고 10일 훔친 물품들이 회수된 점, 무엇보다 친구 차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감안해 구속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경찰에서 "최근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지난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친구에게 몹쓸 짓을 했다"며 눈물을 쏟았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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