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3일 아세안 10개국 정상을 도쿄로 초청, 특별정상회의를 열고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비난하는 공동성명을 14일 채택키로 했다. 아베 총리는 참가국에 경제 원조를 약속하며 중국 비난 성명서 작성에 공을 들였으나 참가국들은 일본이 당초 제안한 안전보장상 위협이라는 문구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며 삭제를 요구, 알맹이 없는 정상회담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아베 총리는 13일 총리관저에서 특별정상회의를 열고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겨냥, 공해상 비행의 안전과 자유의 필요성 등을 논의했다. 도쿄에서 이 회담이 개최된 것은 2003년 이후 10년만이다.
아베 총리는 당초 이 회담을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과 공동으로 대응하면서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강화 등을 꾀하는 발판으로 이용할 심산이었다. 아베 총리는 공동성명에 "국제 민간항공 분야에 관련된 (힘의) 남용이 안전보장 전반에 대한 위협이 된다"는 문구를 삽입,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려고 했다.
아베 총리는 이를 위해 아세안 국가에 과감한 경제 원조를 약속했다. 아베 총리는 회의에 앞서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과 만나 필리핀 태풍 피해지역의 부흥과 해상경찰 능력 향상을 위해 690억엔의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태풍 피해 주민을 돕기 위해 별도의 무상자금 65억엔도 지원키로 했다. 양국은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공동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인도네시아와 220억7,500만달러, 필리핀과 120억달러 등 양자 통화 스와프를 기존의 2배로 확대하기로 합의했으며 통화 스와프가 중단된 싱가포르와는 30억달러 규모로 재개키로 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와 1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했다. 일본은 아세안에 향후 5년간 2조엔대 규모의 정부개발원조(ODA)를 제공하고 아세안이 2015년 발족시키기로 한 경제공동체에 100억여엔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하지만 회담에 참석한 아세안국가들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위협'이라는 단어를 공동성명 문구에 넣는 것에 일제히 난색을 표했다. 결국 14일 발표되는 공동성명에는 안전보장상의 위협이라는 문구는 삭제된 채 "상공비행의 자유"라는 모호한 내용만 담기로 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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