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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문인들이 불교와 만나기까지의 곡진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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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문인들이 불교와 만나기까지의 곡진한 여정

입력
2013.12.1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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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의 인연을 말할 때 흔히 '맹구우목(盲龜遇木)'의 비유를 든다. 망망대해를 헤엄치는 눈먼 거북이가 숨을 쉬기 위해 천 년에 한 번씩 수면 위로 올라오는데, 그때 마침 바다 위를 떠다니는 구멍 뚫린 널빤지를 만날 확률을 말한다. 부처의 가르침을 만나기란 그만큼 귀하다는 뜻이다.

한승원 김연수 성석제 김선우 도종환 김용택 고형렬 문태준 이문재 맹난자 남지심 이홍섭 천양희 정찬주 송수권 최동호 김정빈 이근배 오세영 신달자 등 우리 시대의 작가 20명이 불교와 맺은 인연을 들려주는 에세이가 나왔다. '문학인의 불교 인연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불교신문에 2011~2012년 연재한 글을 수정ㆍ보완해 엮은 책이다.

문인들이 털어놓은 이야기는 솔직하고 곡진하다. 먼 기억 속 어머니의 독경 소리를 그리워하는 시인이 있는가 하면, 비구니 언니를 둔 인연으로 절집을 가까이하게 된 시인, 문학과 불교 앞에서 질풍노도의 청년기를 보낸 소설가 등 저마다 사연도 다양하다.

소설가 천양희는 "절에 가서 새 소리, 물 소리, 풍경 소리를 듣고 있으면 자연처럼 내 귀를 뚫어 주는 것이 없구나 싶고, 풍경 소리처럼 내 마음을 맑게 해 주는 것이 없구나 싶다. 또 탑을 보면 모든 것을 버리고 가장 큰 자리를 실천한 부처님의 완전한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썼다.

김선우 시인은 책 제목과 같은 '나는 문학으로 출가했다'라는 에세이에서 "비구니 언니를 두었으니 절집과의 인연이야 말할 나위가 없지만, 글쟁이로서 내 삶의 중요한 고비에 무슨 배경 세트처럼 늘 절집이 있었던 것도 일종의 운명일 것"이라며 "시집이건 소설이건 에세이건 새 책이 나오면 제일 먼저 찾아 뵙는 것이 마음의 스승이 되어 주시는 스님들"이라고 밝혔다.

이들 문인은 삶의 진실에 다가가려는 문학은 부처의 가르침과 같고, 이러한 삶을 온전히 끌어안는 문학은 이미 불교와 같다고 한 목소리로 전한다. 각각 관점과 경험은 다르지만 불교를 대하는 한결같은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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