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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기댄 채 살아 숨 쉬는 인간… 모든 생명과 하나됨을 깨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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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기댄 채 살아 숨 쉬는 인간… 모든 생명과 하나됨을 깨닫다

입력
2013.12.1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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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수목에 둘러싸인 채, 그리고 의존한 채 살아가는 존재다. 더 폭넓게 말하자면 인간은 수목이 살고 있는 자연에 기댄 채 살아야 숨쉬고 목숨을 이어가는 생명체다.

저자는 이런 의미에서 인간을 '수목인간'이라 칭한다. 자연, 그리고 자연의 중심을 상징하는 수목을 빼놓고 사는 인간이란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다. 저자는 아예 수목과 인간을 하나의 덩어리로 파악하려고 한다. 분리해서 말할 수 없는 동일하고 일체적인 존재로 보는 것이다. '수목인간'이란 결국 나무와 나무를 둘러싼 더 큰 자연과 본질적으로 떼어놓을 수 없는 인간을 뜻한다. 이러한 인간은 다른 생물을 포옹하고 그들과 공생할 줄 아는 나무의 미덕을 지닌 존재를 의미하기도 한다.

숲에서 가쁜 숨을 쉬어본 사람은 안다. 수목이 인간의 생명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달리며 뿜어낸 날숨을 수목은 정성 들여 정화하고 생명이 가득한 들숨을 돌려준다. 나무들이 주는 정서는 휴식이고 고향이고 애정이다. 영화 '솔라리스'에서 지구를 떠난 과학자들은 통풍구 앞에 붙여놓은 종이테이프가 펄럭이는 소리를 들으며 향수병을 달랜다. 이들은 눈을 감은 채 나뭇잎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를 떠올렸으리라. 작가 브루스 채트윈은 요람을 흔들며 엄마들이 내는 '쉬이~' 소리가 아이를 금세 잠들게 만드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나무가 전해주는 편안함, 그리고 사랑을 떠올려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은 이처럼 나무가 본원적으로 지니고 있는 인간과의 끈끈한 관계, 나무가 가지는 가치를 역사적, 철학적, 생태학적 관점에서 재조명한다. 저자는 지구 생명의 요람이자 공존, 공생, 성숙, 포용 등의 가치를 인간에게 전해주는 나무를 통해 뻗어 나갈 수 있는 사유의 가지를 14개의 장으로 펼쳐 보여준다. 더불어 나무를 매개로 사유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현종, 허만하, 백석, 오규원, 파블로 네루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등 시인들의 시 마흔여섯 편을 소개한다.

저자는 '수목인간', 즉 나무와 함께 숨쉬는 사람의 삶을 이야기하는 까닭을 "큰 그림을 보여주는 환경학자들의 말을 경청할 필요가 있어서"라고 말한다. 자신이 사는 고작 몇 킬로미터 반경의 세상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느라 잊고 지내는 생태 환경의 변질과 생물종 멸절의 현실. 여기로 시선을 돌려 이른바 '곁숨의 사상'을 지니라고 강조한다. 곁에 사는 다른 숨붙이의 생명을 부양하는 데 집중하자는 것으로 나무뿐 아니라 비, 바람, 그리고 대기와 모든 생명이 나의 삶과 동떨어진 무엇이 아님을 깨닫자는 의미이다. 다양한 곁숨붙이들 가운데 나무를 꼽아 이야기한 것은 "지구와 동물인 인간의 삶을 잇는 생명의 매개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을 맺으며 저자는 영국 시인 앨프리드 테니슨의 시 '갈라진 벽 틈에 피어난 꽃 한 송이'를 소개한다. 들판이 아니라 벽 틈에서 피어난 어린 꽃을 노래한 이 시는 작은 꽃에 생명의 비밀 전체, 심지어 신과 인간의 드러나지 않은 모든 진실이 녹아 있다고 들려준다. 생명의 전일체성에 대해 재차 생각해보게 하는 맺음이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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