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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옵션 주문 실수' 한맥투자증권 460억 손실… 사실상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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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옵션 주문 실수' 한맥투자증권 460억 손실… 사실상 파산

입력
2013.12.13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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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옵션거래에서 주문실수로 460억원의 손실을 입은 한맥투자증권이 결제대금을 내지 못해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게 됐다.

사건이 발생한 12일 한맥투자증권은 개장 직후 2분만에 코스피200지수 12월물 콜, 풋옵션 42개 종목에서 3만7,000여건을 거래했다. 옵션은 미래 특정시점에 기초자산(지수, 국채 등)을 사고 팔 권리를 거래하는 금융 파생상품이다. 한맥투자증권은 이날 가장 싼 값으로 옵션을 팔고, 가장 비싼 가격에 사는 식으로 수익과는 정반대로 거래를 했다. 이 거래로 회사는 하루 만에 46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주문실수 왜?

한맥투자증권은 "옵션거래를 자동으로 처리하다가 전산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 주문이 비정상적으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2분여 만에 3만건 이상의 거래를 하려면 직원이 수작업으로 거래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 관계자는 "옵션거래는 대부분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동으로 주문이 들어가기 때문에 단순히 직원의 착오로 숫자를 잘못 넣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원 실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사 관계자는 "빠른 시간에 거래를 체결해야 하는 만큼 기초적인 입력에서 실수했을 수도 있다"면서 "차익매매 프로그램도 사전에 직원이 테스트를 하기 때문에 테스트 당시 잘못된 수치를 적용했다면 이번 같은 사태가 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기관투자자 수혜

이번 한맥투자증권 주문실수로 옵션거래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수혜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문실수 당시 46개 증권사가 한맥투자증권과 거래했으며 이중 대부분이 외국인 위탁거래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외국 투자자들은 장내 이상주문을 감지하는 프로그램을 악용해 이 같은 주문실수를 의도적으로 기다렸다가 헐값에 사들이기도 한다. 외국 투자자들이 대다수여서 거래무효 합의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파산 피할 수 있나

업계에서는 이번 주문실수로 한맥투자증권이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구제신청은 물 건너갔다. 거래소 측은 "구제신청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구제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맥투자증권은 결제기한인 13일 오후4시 결제대금 전액을 납입하지 못했다. 거래소는 일단 손해배상공동기금으로 결제한 뒤 구상권을 청구한다. 한맥투자증권의 자기자본금은 203억원에 불과해 손실액을 감수할 만한 여력이 없다.

한국거래소는 13일 한맥투자증권의 결제불이행 우려에 따른 시장피해를 막기 위해 이 증권사의 매매거래와 채무인수 작업을 중지시켰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한맥투자증권에 대한 사고원인, 자금관리 등의 검사에 착수했으며 금융위원회도 부실금융기관 지정 및 영업정지 등을 검토 중이다. 한맥투자증권은 고객에게 신규 주문을 하지 말고 다른 회사로 계좌이체를 권유했다.

이번 같이 파생상품시장에서 거액의 손실을 입는 사건은 종종 발생한다.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이 2010년 11월11일 옵션쇼크 때 풋옵션에 투자했다가 9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해 지난해 8월 결국 파산했다. 올해에도 KB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이 각각 1월과 6월 옵션거래 주문실수로 100억원대 손실을 입었다. 해외 사례로는 일본닛케이225지수 옵션거래를 했던 영국계 베어링스은행이 1995년 고베대지진으로 증시가 폭락해 8억6,000만파운드(1조4,800억원)의 손실을 입고 파산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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