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를 지낸 지리학자가 흔히 중국에서 수입된 것으로만 알던 우리 풍수에 실은 자생적인 부분이 있다는 점을 밝히고 그 자생풍수의 역사를 인물 중심으로 정리했다. 김해의 허왕후릉에 있는 파사석탑은 자생풍수에 속한다. 북한의 고구려 무덤 안악3호분은 성기 모양의 지형에 묘를 쓴 사례다. 자생풍수의 시작을 신라말 도선 국사로 잡아 이후 묘청, 신돈, 무학, 최호원, 박상의, 땡추, 홍경래, 전봉준 등으로 맥을 이어간다. 이들 이야기에서 자생풍수는 한결같이 개혁 사상을 내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맹목적인 자연 보존 주장이나 서양의 환경결정론을 바로잡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며 자생풍수는 '완전한 땅은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사람과 자연의 상생조화라는 핵심을 놓치지 않는데 미덕이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민음사ㆍ532쪽ㆍ3만5,000원.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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