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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숙청 어디까지

입력
2013.12.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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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북한에서 장성택 측근 그룹에 대한 숙청 작업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 판결문에서 장성택과 함께 반역을 획책한 ‘무리’로 노동당 부서와 산하기구 및 군, 내각, 청년사업부문을 적시한 만큼 북한 권력 전체에 걸친 대대적‘피바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공개적으로 대규모 숙청을 예고하고 나섰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의 유일적 영도를 거부하고 백두의 혈통과 일개인을 대치시키는 자들을 우리 군대와 인민은 절대로 용서치 않고 그가 누구이든 그 어디에 숨어있든 모조리 쓸어모아 역사의 심판대 위에 올려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놈은 부서와 산하단위의 기구를 대대적으로 늘이면서 나라의 전반사업을 걷어쥐고 성, 중앙기관들에 깊숙이 손을 뻗치려고 책동하였으며 제놈이 있던 부서를 그 누구도 다치지 못하는 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지적했다.

통신의 언급대로라면 숙청 규모는 전례를 능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최대 숙청 사업인 ‘심화조 사건’을 통해 2만 5,000여명을 제거한 바 있다. 탈북자 출신의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탈북 때와 비교하면서 “당시 3,000여명이 처형을 당하거나 정치범 수용소로 갔던 점으로 미뤄 볼 때 이번 사건의 파장은 10배 이상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세대교체 시도와 맞물려 숙청 규모가 최대 3만명 이상 될 것이라는 추산이다.

숙청 대상으로는 장성택과의 친분관계를 고려했을 때 국가체육지도위 부위원장 리영수 노동당 근로단체부장과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등이 우선 순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최부일 인민보안부장(경찰청장)과 로두철 내각 부총리, 리종무 체육상 등도 숙청의 광풍을 피해가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장성택이 정변의 수단으로 군부를 거론한 대목이 이날 공개된 판결문에 나타난 점으로 미뤄 볼 때 군부에 대한 대대적 숙청도 불가피해 보인다. 판결문에 ‘(놈은)최근에 임명된 군대간부들은 잘 몰라도 이전시기 임명된 군대간부들과는 면목이 있다’고 적시한 것을 감안할 때 김격식 전 인민무력부장이나 현철해 전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등이 숙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장성택과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이나 리영길 총참모장 등 신진 세력의 권한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성택의 측근으로 알려진 지재룡 주중북한대사의 거취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통위에 출석해 지 대사가 “현재 중국 베이징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지 대사가 장성택 실각 이후에도 베이징에서 왕성한 외교활동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김 제1위원장이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일단은 숙청 리스트에 올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김 제1위원장의 방중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지 대사를 함부로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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