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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현역시절 '최고의 창과 방패' 윤경신- 강일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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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현역시절 '최고의 창과 방패' 윤경신- 강일구 감독

입력
2013.12.1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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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선수로 뛰어도 될 것 같다.(강일구 감독)"

"강 감독 은퇴한다고 하니 선수들이 정말 좋아하더라.(윤경신 감독)"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남자 핸드볼 최고의 창과 방패로 불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공격수 출신인 윤경신(40) 두산 감독과 국내 최고의 골키퍼 출신 강일구(37) 인천도시공사 감독이 만났다. 올 초 선수 생활을 접고 처음 사령탑을 잡자마자 두산의 우승을 이끌었던 윤 감독은 신임 강 감독에게 많은 조언과 격려를 건넸다. 여자 국가대표 출신 골키퍼 오영란(41ㆍ인천시체육회)과 부부로도 유명한 강일구 감독은 지난달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하고 인천도시공사 지휘봉을 잡았다. 아직까진 형, 동생 사이가 편하다는 두 젊은 감독은 "코트에서 만나면 절대 양보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팀에서 오랜 시간 땀이 깃든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오륜관에서 지난 9일 윤경신ㆍ강일구 감독을 만났다.

"꺾고 싶었던 형" vs "배울게 많은 동생"

두 감독은 국내 남자 핸드볼 역사의 산 증인으로 불린다. 15년 넘게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무수한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시절 윤경신 감독은 이룰 수 있는 것은 다 이뤘다. 1996년 독일 분데스리가 굼머스바흐에 입단해 2008년 함부르크에서 독일 생활을 마무리 할 때까지 13시즌 동안 8차례 리그 득점왕, 리그 통산 최다득점(2,751골)을 기록했다. 2001년에는 국제핸드볼연맹(IHF)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강일구 감독도 원광대 2학년 때인 1996년 처음 태릉선수촌에 입촌, 17년간 국가대표 골키퍼 자리를 도맡아 왔다. A매치 146경기의 경력이 있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핸드볼 골키퍼로 꼽혔다.

강 감독은 선수 시절을 돌아보며 "경신이형은 반칙이었다. 말도 안 되는 높이였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솔직히 꼭 한번 이겨보고 싶었는데 선수 시절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강 감독이 속했던 인천도시공사는 2010년 두산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은 2009년 리그가 생긴 이래 올해까지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최고 명문으로 거듭났다.

그러자 윤경신 감독은 "대표팀에서도 많은 시간 함께 하면서 봤던 일구는 정말 장점이 많은 동생이다"라며 "꼼꼼하고 굉장히 분석적이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들이 분명 선수들을 지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총체적 위기에 놓인 핸드볼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침체된 남자 핸드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사뭇 진지해졌다. 남자 핸드볼은 지난해 런던올림픽 조별 예선 5전 전패에 이어 지난 1월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4개 출전국 중 21위로 부진했다. 여기에 유럽 국가들이 세미 프로에서 완전 프로화 전향을 통해 전력이 상향 평준화 되면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에서 오랜 시간 활동했던 윤 감독은 "솔직히 저보고 지금 운동 하나를 정해서 하라고 하면 핸드볼이 아닌 골프나 농구, 배구 등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핸드볼의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어린 선수들이 핸드볼에 흥미를 가져야 좋은 선수들을 발굴할 수 있는데 선수층 자체가 너무나 얇아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큰 틀에서 봤을 때 초ㆍ중ㆍ고 선수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무작정 선수가 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어린 선수들이 '핸드볼을 하고 싶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일구 감독도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적으로 운동하면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언론을 통해서든 핸드볼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하나가 되서 인프라를 넓혀야만 한다"고 말했다.

"스타 플레이어는 성공 힘들다는 편견 깰 것"

명실상부한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었던 두 젊은 감독에게 한국 남자 핸드볼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스타 플레이어 출신들은 좋은 지도자가 되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고 강조했다.

강일구 감독은 "핸드볼을 올해까지 29년 동안 하면서 정말 많은 선생님들을 만났고 다양한 스타일을 접했다"면서 "장점들만 잘 응용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윤 감독은 "나도 1년 차지만 막상 감독이 되면 마음 먹은 것처럼 쉽지 않은 것 같다"며 "감독 데뷔 경기에서 얼마나 떨리고 긴장되는지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도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시대가 변했다. 지도자들도 공부하고 배우지 않으면 발전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일구가 너무 의욕이 앞선 것 같은데 욕심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강 감독은 "경신이형이 말은 그렇게 해도 잘 안 알려준다"고 타박을 준 뒤"시즌을 치를수록 시행착오가 있을 것 같은데 초심을 잃지 않고 첨뮌結의?진출을 목표로 뛰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윤경신 감독은 "코트에서 만나면 경쟁자지만 그 밖에선 정말 친형제와 같은 동생이다. 함께 고민을 공유하면서 윈윈(Win-Win)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강일구 감독은 "항상 배운다는 입장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겠다.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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