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규환 감독은 묘하다. 충무로의 주류가 아니다. 그렇다고 독립영화 감독으로 분류하기도 애매하다. 예술성 강한 영화를 주로 만들었지만 전 감독은 예술영화로 규정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의 영화들은 한국의 대중이 개봉한 사실을 모르고 종영하기 일쑤였다. 풍부한 재력을 지니지도 않았고 시장의 열렬한 환호를 얻지도 못했는데 전 감독은 국내에서 가장 바쁜 감독 중 하나다. 2008년 '모차르트 타운'으로 데뷔한 뒤 총 5편의 장편영화를 선보였다. 2편의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며 다른 한 편의 제작도 눈앞에 두고 있다. 데뷔 5년 만에 이룬 놀라운 성과다.
전 감독의 영화는 국내보다 외국의 환대를 받는다. 베를린국제영화제와 베니스국제영화제의 단골 손님이다. 그의 최근작들은 외국으로부터 제작비를 지원 받아 만들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번 주부터 주문형비디오(VOD)로 만날 수 있는 '무게'는 전규환 감독의 신작이다. 시체안치소를 주 무대로 사회 밑바닥 소수자들의 사랑에 대한 비극적인 갈망을 다룬다. 나신이 아무렇지 않은 듯 등장하는 등 파격적인 장면들이 파격적인 이야기를 전달한다. 관습적 표현을 거부해온 전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알 수 있는 영화다. 불편한 장면들이 수시로 화면을 장식하기도 하나 최근 충무로에선 찾기 힘든 미학적 실험으로 미적 감흥을 전한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들 중 최우수작에 주는 퀴어 사자상을 수상했다. 19세 이상 관람 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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