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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지 뒤바뀐 한중, 미래는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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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지 뒤바뀐 한중, 미래는 과연?

입력
2013.12.1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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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국 바둑이 중국에 완전히 압도당한 '치욕의 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한국은 이세돌, 박정환, 원성진 등 정상급 기사 세 명이 올해 열린 7차례 세계대회 가운데 5개 대회 결승전에 출전했지만 번번히 중국 선수에게 가로 막혀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결국 1월의 백령배(저우루이양ㆍ22), 2월의 LG배(스웨ㆍ22), 3월의 응씨배(판팅위ㆍ17), 6월의 춘란배(천야오예ㆍ24), 12월의 몽백합배(미위팅ㆍ17)에 이어 이번 삼성화재배까지 6개 메이저대회를 중국이 싹쓸이했고, 규모가 작아 마이너대회로 분류되는 TV바둑아시아선수권(이야마 유타ㆍ24)은 일본이 차지했다.

올해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전의 특징은 우승자 전원이 20대이고 전부 다 나이 어린 쪽이 이겼다는 사실이다. 천야오예(1989년생)를 제외하고는 모두 1990년 이후에 태어난 이른바 '90후 세대'고, 판팅위와 미위팅은 그보다 더 어린 '95후'다. 세계 바둑계 타이틀 보유자의 연령대가 확 젊어진 것이다.

특히 이번 삼성화재배 결승전과 비슷한 시기에 치러진 몽백합배 결승전에서 서른 살 동갑인 한국과 중국의 간판스타 이세돌과 구리가 나란히 스무 살 탕웨이싱과 열일곱 살 미위팅에게 패한 사실은 단순히 우연이라기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 바둑계를 지배해 왔던 중심세력이 '80년대생'에서 '90후'로 바뀌는 본격적인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세계 바둑계의 급격한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 과연 한국 바둑이 지금의 위상을 굳건히 버텨나갈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국내 바둑계 일각에서는 올해 한국 바둑이 겪은 치욕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삼성화재배가 끝난 후 한 중국 매체는 "조훈현으로부터 시작해 이창호가 정점에 오른 뒤 이세돌로 이어져 온 한국 바둑의 찬란한 역사가 오늘로 끝났다."며 중국의 승리를 자축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이미 중국은 국내에서 정상급의 세대교체가 거의 완료된 상태다. 랭킹 1위 천야오예가 사실상 '90후'나 다름없고 구리(3위)와 왕시(4위)를 제외하면 스웨, 저우루이양, 미위팅, 탄샤오, 판팅위, 탕웨이싱 등 랭킹 10위권이 모두 '90후'다. 그 밑으로도 양딩신, 렌샤오, 펑리야오, 장웨이제, 구링이, 우광야, 당이페이, 리친청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신진기예들이 세계 정상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세대교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90후' 중에서 박정환 홀로 랭킹 10위권을 지키고 있고 이지현, 나현, 안성준, 김정현, 김승재, 변상일이 그 뒤를 잇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중국의 또래들과 비교할 때 기량이나 중량감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실제로 최근 수 년 간 각종 세계대회 통합예선이나 본선 1, 2회전에서 항상 중국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이세돌을 필두로 최철한, 박영훈, 원성진, 조한승, 김지석, 백홍석, 원성진 등 '80년대생'이 똘똘 뭉쳐 중국의 인해전술에 맞서왔지만 급기야 얼마 전 LG배와 몽백합배서는 본선 8강에 한국 선수들이 한 명도 끼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에 따라 내년 2월에 치러질 제18회 LG배 결승전은 저우루이양과 퉈자시, 두 중국 선수의 대결로 이미 확정된 상태다.

과연 앞으로 한국의 '90후'들이 '80년대생' 선배들의 뒤를 이어 세계 바둑계서 중국세와 당당히 맞설 수 있을 지, 한국 바둑이 이제 새로운 출발점에 다시 섰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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