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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상해도 괜찮아… 중·장년층 공감 산 '상속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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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상해도 괜찮아… 중·장년층 공감 산 '상속자들'

입력
2013.12.1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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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밤 10시. 경기 의왕에 사는 주부 김미영(37)씨는 이날도 어김 없이 어린 세 아이를모두 재우고 TV 앞에 앉았다. SBS 수목극 '상속자들'의 마지막 회를 보기 위해서다.

김씨는 '영도앓이'의 대표적인 시청자다. 극중 영도(김우빈 분)의 겉으로는 까칠하지만 은상(박신혜 분)을 향한 따뜻한 마음에 팬이 됐다. 그에게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드라마다. 세 살 많은 시누이와 함께 '영도앓이'로 공통 분모가 생기면서 더 깊은 정을 나눴고,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또래 주부들과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상속자들' 뒷이야기로 친목을 다졌다. 김씨는 "아이 셋을 키우며 지쳐 있던 일상에 활력소가 된 드라마"라며 "10대들의 고등학교라는 판타지적 배경만 있을 뿐 철저히 어른들을 위한 '하이틴 로맨스'였다"고 말했다.

'상속자들'은 10대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다. 그런데 30~50대 시청자들에게 더 어필했다. 지난 3주간 연령대별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 제공)을 보면 40대가 가장 높고 그 다음이 30대, 50대 순이다. 마지막 2회 분이 나간 11일과 12일은 40대 15.1%와 16.5%, 30대 13.9%와 13.2%, 50대 11.4%와 14.2%를 기록했다. 반면 10대와 20대 시청률은 최저 6%에서 최고 10.7%에 그쳤다. 분명 고등학교가 배경인 드라마인데도 30~50대 시청자의 이목을 잡으며 최종회를 25.6%(전국 기준)로 마무리했다.

'상속자들'은 설정과 구성이 KBS '꽃보다 남자'(2009)와 비슷하다는 논란 속에 시작됐다. SBS '신사의 품격' '시크릿 가든' '온에어' 등에서 숱한 화제와 높은 시청률을 일군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라 더 그랬다. 재벌가 자제들의 화려한 생활과 까칠한 일상, 평범한 여자 주인공을 향한 사랑 다툼은 '꽃보다 남자'에서 경험한 그대로다. 일명 '사배자'(극중 사회배려자 전형으로 사립학교에 입학한 서민층)가 등장해 학생들의 계급화, 자본주의 논리로만 돌아가는 학교를 보여줬다지만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풍경을 그렸다. 미성년자 주인공의 재벌가 로맨스도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꽃보다 남자'로 '고등학생 역할 대표 배우'가 된 배우 이민호가 또 나온 것도 식상함을 더한 감이 없지 않다. 그는 KBS '성장 드라마 반올림'(2003) 이후 지금까지 총 12개의 드라마에 출연해 7개 작품에서 고등학생 역할을 맡았다.

그럼에도 '김은숙 표' 드라마는 먹혔다. "넌 왜 맨날 이런 데서 자냐. 지켜주고 싶게."(6회 최영도), "집 나오니 좋냐? 나 안 보니 좋냐? 내 손 놓으니 좋냐? 꿈에서 반가웠다. 어젯밤에."(12회 김탄), "넌 처음부터 나한테 여자였고, 지금도 여자야. 앞으로는 내 첫사랑이고."(18회 최영도), "좀 힘들지도 몰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진!"(18회 김탄과 차은상) 같은 김 작가 특유의 날렵한 대사는 30~50대 시청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는 평이 많다.

SBS 드라마국의 관계자는 "김은숙 작가와 강신효 PD 콤비가 또 한 번 성공신화를 만들었다"며 "성인들을 위한 동화나 동요가 있는 것처럼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중년들을 위한 드라마가 아니었을까"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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