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이고 사회와 단절된 우리 징병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병제 전환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지원병을 받아 군대를 운영하는 모병제는 장기복무에 따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군에 필요한 인원만 선발하므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고, 직업군인으로서 모두가 공무원 신분이다 보니 군 안에서의 구타ㆍ가혹행위도 현재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모병제 전환 예산만 놓고 보면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지난해 대선에서 모병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김두관 후보가 밝힌 추가 재원은 4조원이었다. 하지만 사회 전반의 비용을 따져 보면 모병제가 오히려 이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방대 이상목 교수가 2011년 발표한 '병역의무부담의 형평성과 군필자 가산점제도' 논문에 따르면 입대한 의무복무자(20~24세)들의 기회비용은 9조660억원에 달했다. 그는 "징병제가 모병제보다 값비싼 제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20년 8,000명, 2030년 8만4,000명 등 병력자원 부족 규모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모병제 전환을 논의해야 한다는 분위기 형성에 한 몫하고 있다.
하지만 모병제 추진을 위해선 다각적인 준비와 논의가 필요하다. 이웃나라 대만이 모병제 전환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모병제 전환 논의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실마리를 준다. 모병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징병제 국가 대만은 모병제 완전 전환 시기를 2015년에서 2017년으로 미뤘다. 구인난 때문이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모병 인원은 목표의 30%인 8,603명에 그쳤다. 대만 국립정치대 장타이린(張台隣) 교수는 "숙소 등 인프라 시설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1987년 계엄령 해제 전까지 독재에 악용됐던 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사독재에 대한 얼룩진 역사, 구타ㆍ가혹행위 사례 등이 있는 우리 군도 해당되는 말이다. 한국국방연구원 관계자는 "모병제 도입과 군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함께 이뤄져야 함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했다.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군대문화 개선과 함께 과도기적으로 징병제와 모병제를 절충한 징모혼합제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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