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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반성도 없이 개혁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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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반성도 없이 개혁 가능할까

입력
2013.12.1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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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12일 자체적으로 마련한 개혁안을 국회에 보고했지만, 국정원이 지난 1년 동안 대선 개입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를 보면 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높다. 경찰과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것은 물론 조직적인 방해 의혹을 샀고 직원들도 수시로 진술을 바꾸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는 민주당의 고발 등으로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시작됐다. 국정원은 처음부터 경찰의 수사를 방해하고 수사 정보를 캐내는 데 치중했다. 실제로 국정원 간부들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와 수시로 전화 통화를 했고, 연락관들은 수서경찰서장과 서울경찰청 수사팀 등과 접촉했다. 수사팀과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하면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무조건 부인하며 발뺌하기에 급급했다.

국정원의 이 같은 태도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도 변화가 없었다. 수사팀의 출석 요구에 조직적으로 불응하는가 하면, 소환된 직원들도 묵비권을 행사하며 버티기 일쑤였다. 심리전단 직원들 명단과 아이디, 게시글 활동 내역 등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지난 4월 30일 국정원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일부 자료 제출을 거부하기도 했다.

국정원 직원들의 수사 비협조는 개인적 판단에 따른 행동이 아니라 조직 차원의 치밀한 대응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을 이끌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10월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트위터 대선개입 혐의로 체포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들이 입회해 계속 국정원장의 진술 불허 지시를 반복해서 주입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 대응은 댓글 작성 여직원 김모씨의 변호사 비용을 자체 예산에서 지원한 사실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국정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김씨에게 3,300만원을 지원했는데, 이는 댓글 작성이 개인적 일탈이었다는 국정원 주장과 모순되는 부분이다. 김씨는 자신의 변호인 사무실에서 상관 및 외부 조력자(PA)를 만나 경찰 조사에서 허위 진술을 하기로 논의한 적도 있는데, 이는 '윗선'의 코치 없이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재판 과정에서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피고인은 물론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직원들도 혐의를 부인하기에 바빴다. 특히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까지 뒤집어 재판장으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했다. 지난달 4일 열린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3팀 5파트 소속 직원 A씨는 "청사 인근 카페 출입을 자제하고 폐쇄회로(CC)TV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활동하라는 업무 매뉴얼을 이메일을 통해 받았다고 진술하지 않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다른 행정 메일과 착각해 (검찰 조사 당시) 잘못 진술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장은 그러자 "착각했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 대부분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원 전 원장 등에 유리한 진술을 하고 있다"며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조직 논리에 충실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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