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과 관련해 온갖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9일 장성택이 체포돼 끌려가는 사진과 그의 죄목을 조목조목 적시한 당 정치국 확대회의 결정서를 공개했지만 오히려 궁금증이 더해가는 양상이다. 이 모든 게 북한 체제의 폐쇄성 탓으로 진실은 상당기간이 흘러야 드러날 전망이다.
장성택 제거 이유는
당 정치국 결정서는 장성택 죄목으로 ▲반당ㆍ반혁명 종파행위 ▲당의 방침 거역 ▲최고사령관 명령 불복 ▲경제사업과 인민생활 향상에 해악 ▲헐값에 자원 파는 매국 ▲부정부패 ▲부적절한 여성관계 ▲마약, 도박, 외화 탕진 등 온갖 혐의를 망라하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12일 "장성택의 자유분방하고 거들먹거리는 태도는 오래 전부터 입방아에 올랐다"며 "그를 매장하기 위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여러 죄목을 나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경제사업이 효과를 보지 못하자 장성택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거나, 장성택이 뒤를 봐주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을 옹립하려다 적발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심지어 장성택과 김 제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의 부적절한 관계설 등 막장 드라마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택의 거취도 베일에 싸여 있다. 이미 처형됐는지 아니면 수용소로 끌려갔는지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누가 숙청을 주도했나
당초 김 제1위원장의 지시를 받은 보위부가 숙청을 주도했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8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 단상에 김원홍 보위부장이 김 제1위원장 옆에 자리해 이 같은 분석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다 김 제1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이 숙청작업의 전면에 나서 장성택 일당과 총격전까지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성택 숙청은 북한 김씨 일가의 '백두혈통'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에 김 제1위원장의 이복누나인 김설송의 역할론도 가미됐다. 또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가 숙청을 주도했는지, 아니면 적극 말렸는지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장성택의 숙청을 김 제1위원장이 주도하지 않고 군부의 조직적인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수락했을 가능성도 있다. 당 결정서를 보면 영도자 김정은과 당, 인민에 대한 장성택의 죄목을 나열하다 유독 '최고사령관 명령 불복'이라고 적시한 대목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다른 소식통은 "장성택은 군부가 주장해 온 개성공단 철수나 추가 핵실험을 반대하며 정면 대립해 군부입장에서는 눈엣가시로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측근 망명은
정부는 중국 현지에서 망명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장성택 측근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이는 한국 중국 미국 북한이 달려들어 망명객의 신병확보가 불확실하고 외교 각축전으로 비화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측근이 한 명인지 두 명 이상인지도 베일에 가려 있다. 다만 당에서 자금과 외화벌이를 총괄했고 김 1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로열 패밀리의 비자금 내역에도 정통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정보가치가 크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신 언론에 실명이 보도되면 사실 여부를 우회적으로 확인하는 선에서 입을 닫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망명객이 로두철 내각 부총리와 리무영 화학공업상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두 사람은 9일 열린 건설일꾼대회에 참석한 것으로 사진에 찍혔다"고 밝혔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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