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영어 제목은 'Like Father, Like Son'( 그 아버지에 그아들)이다. 그렇다고 '피는 못 속인다'거나 '씨도둑질은 못한다' 식의 이야기는 아니다. 피가 섞이지 않았으나 기른 정으로 혈연보다 더 뜨거운 관계를 맺은 아버지와 아들의 유난한 사연이 이 시대 가족의 의미를 새삼 반문하며 일본 사회의 현재를 돌아본다.
성공한 비즈니스맨 료(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완벽주의자다. 성격에 걸맞게 미모의 아내와 똘똘한 아들과 함께 성 같은 고층 아파트에서 근사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냉철한 이성으로 삶을 개척해 왔을 료에게 머리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6년 동안 길러온 아들 케이타가 신생아 때 병원에서 뒤바뀐, 다른 사람의 핏줄이라는 통보를 받는다. 료는 고심하면서도 당연하다는 듯 케이타를 피붙이와 맞바꾸나 혼돈은 지속된다.
영화는 좁게 보면 성장 드라마다. 이기적이고 냉소적이던 료는 당초 케이타를 사랑한다 하면서도 그와 진심 어린 소통은 하지 않는다. 그저 엄격한 훈육과 명문 초등학교 진학 등으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후원해주는 게 아버지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뚜렷한 삶의 목적이 없으면서도 아이들을 가슴으로 키우는 케이타의 생부를 보면서, 그리고 케이타의 부재를 통해서 료는 아버지의 참 역할을 깨닫는다. 낳은 아들이든 기른 아들이든 부자 사이에 필요한 것은 물질적인 지원이 아닌 정신적인 유대라는 것을. 제목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일본 원제를 그대로 번역했다)인 이유다.
영화는 종종 가슴 푸근하게 하면서도 눈물을 부르는데, 료를 향한 케이타의 행동이 유난히 가슴을 흔든다. 케이타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강조하는 료에게 케이타는 자신만의 사랑법으로 화답한다.
'아무도 모른다'(2004)와 '걸어도 걸어도'(2008) '진짜로 일어날지 몰라 기적'(2011) 등으로 21세기 일본의 간판 감독이 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최신작이다. 감정을 절제한 화면과 대사로 격정을 일으키는 그의 화법이 여전하다. 19일 개봉, 전체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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