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45·전남 담양)씨는 12일 오전 세종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주변을 30분간이나 맴돌며 매서운 추위에 떨어야만 했다. 김씨는 농림축산식품부를 방문하기 위해 세종청사를 찾았지만 건물이 길게 이어져 있고 외형도 비슷해 도대체 정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간혹 김씨 옆으로 차량들만 지나칠 뿐, 황량한 벌판은 인적이 뜸했다.
담당자와 약속한 시간을 훌쩍 넘긴 김씨는 "세종청사가 스마트한 건물이라더니 전혀 스마트하지 않다"며 "세종청사 안내 전용 모바일 홈페이지도 없이 어떻게 정부 3.0을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렸다.
2단계 청사 입주가 완료되는 이 달 말부터는 세종청사를 찾는 민원인이 하루 5,000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때문에 방문객이 청사를 찾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종청사 방문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안전행정부는 뒤늦게 청사 가운데에 통합민원실을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나마 이르면 내년 말쯤에나 민원실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전형적인 '뒷북행정'인 셈이다.
세종청사는 규모가 워낙 방대한데다, 2~3개 부처가 입주한 건물을 하나의 울타리로 묶어 정문을 한 개소만 설치했다. 이 때문에 민원인들은 울타리를 한 바퀴 돌아 정문을 찾는 데만 20여분이 걸린다고 호소하고 있다.
당초 세종청사는 각 부처가 입주한 건물의 울타리를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안전행정부는 건물 내부로 진입하는 출입문만 특수경비원이 지키고 청사 울타리를 없애 시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청사 옥상 정원도 시민에게 상시 개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정부서울청사 방화사건 뒤 세종청사는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이고, 옥상도 시민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굳게 잠가 버렸다. 안행부는 보안을 이유로 문을 잠그고 높은 철제 담장을 치는 등 갈수록 시민과 멀어진 청사로 변모하고 있다. 세종청사를 찾는 시민들이 더욱 불편함을 겪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세종청사는 국무조정실을 비롯한 국토교통부 등이 입주한 1단계 6개 동 건물 연면적이 25만㎡에 길이만도 1.4㎞에 이른다. 13일부터 이전하는 2단계 9개 동 건물 연면적은 20만㎡에 길이가 1.6㎞다. 내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 등 3단계 청사까지 완공되면 전체 20여 개 동, 건물 연면적 61.8만㎡에 청사 전체 길이가 3.5㎞에 이른다. 이어진 건물 연면적으로 치면 세계 최대 건물이어서 기네스북에 등재될 예정이다.
이처럼 규모가 방대하지만 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알리는 알림판은 물론 모바일(스마트폰) 홈페이지조차 아직 없다. IT 전문가들은 세종청사와 같이 방대한 건물은 모바일 전용 홈페이지를 만들고 위치기반서비스를 연동시키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11일 국무조정실과 안전행정부 등이 2단계 청사 입주 준비를 철저히 해 이전 공무원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세종청사를 찾는 민원인의 편의는 외면하고 있는 꼴이다. 이들 기관은 세종청사를'스마트청사'라고 강조하지만, 세종청사를 찾는 시민의 편의를 스마트하게 배려한 흔적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윤형권기자 yhk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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