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안에 위치한 키즈카페에서 6세 아이의 엄마가 아이의 따귀를 세게 때렸다.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한 목격자들이 신고를 했다. 엄마가 아이를 때리는 장면은 CCTV에 고스란히 잡혔다. 하지만 출동한 지구대 경찰은 테이프를 돌려보더니 "한 대 때린 거 갖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옆에 서 있던 아동보호기관 직원이 "학대"라고 경고했지만 경찰의 말에 이미 기세등등해진 아이 엄마는 "그러면 집에서 때려야겠네요"라고 맞받아쳤다. 학대 재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아동보호기관 직원이 경찰에게 아이 엄마의 이름과 주소,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자 경찰은 심지어 개인정보라며 건네주지도 않았다.
보호자가 가해자인 경우 제3자가 신고해 경찰이 나서야만 피해아동을 잠재적 비극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신고를 받은 경찰이 이렇듯 안이하게 대처하는 일이 흔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특례법)이 제정돼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아동학대특례법안은 아동학대 사건도 가정폭력 사건처럼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는 임시조치를 가능케 하고 있다. 현행 아동복지법에서 최대 5일까지 격리할 수 있게 한 응급조치에 더해, 가해 부모를 퇴거시키거나 보호시설에 접근을 금지시키는 조치다. 임시조치는 출동한 경찰이 검사에게 청구를 신청해 법원의 결정을 받아 이뤄지거나, 긴급하다고 판단되면 경찰이 직권으로 긴급임시조치를 내릴 수 있다. 결국 경찰이 학대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피해 아동의 운명이 달라진다.
문제는 경찰들이 반복되는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모른 채 학대 인정에 너무 관대하다는 점이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팀이 지난해 실시한 경찰 검사 판사 190명을 대상으로 한 '법집행담당자의 아동학대 인식' 연구에 따르면 '아이를 내던지거나 때려눕힌 행위'와 '아이를 심하게 주먹으로 때리거나 발로 찬 행위'에 대해 검사와 판사는 98% 이상이 명확한 학대라고 인식한 반면 경찰은 67.9%만이 학대라고 인식했다. '손바닥으로 아이의 얼굴, 머리, 귀 등을 때린 행위'를 학대로 인정한 경찰도 67.9%로, 판사(85.2%) 검사(70.6%)보다 둔감했다.
진행 중이 아니면 가정폭력은 경찰이 개입할 일이 아니라는 인식도 강하다. 5월 경찰청이 전국의 지역경찰관(지구대 및 파출소 근무자) 8,932명과 가정폭력 담당 수사관 9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에선 57.9%가 '가정폭력 사건은 가정 내 해결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정 교수는 "경찰이 직무특성상 심한 폭력사건을 수사하다 보니 아동학대에 둔감해지는 것같다"며 "경찰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아니어서 교육도 받을 의무가 없는데 아동학대 관련 교육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용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동학대특례법은 경찰에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는 만큼 지구대 경찰부터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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