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어제 국회 국정원개혁특위에 자체적으로 마련한 개혁안을 보고했지만 획기적인 변화 계획을 담은 것이 아니라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에 대한 일부 미세한 수정ㆍ보완에 그쳤다는 점에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정원은 개혁안에서 국회, 정당, 언론사에 대한 연락관(IO) 상시 출입 폐지 방침을 밝혔지만, 이는 '상시 출입'만 제한한다는 것이기에 필요하면 언제든지 수시로 출입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게다가 이들 기관을 제외한 다른 정부기관이나 민간에 대해서는 계속적으로 정보 수집을 하겠다는 뜻이 된다.
모든 직원의 정치개입금지 서약을 제도화하고 상부의 정치개입 명령을 거부할 수 있도록 '부당명령 심사청구센터' 등을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철저한 상명하복으로 운영되는 국정원 분위기를 감안하면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논란의 발단이 된 방어심리전 업무 범위도 모호하다. 국정원은 대한민국 정체성 부정 및 반헌법적 북한 동조 등으로 국한하겠다고 했지만 포괄적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범위를 조정할 수도 있는 문제다.
국정원 개혁의 요체는 정치 개입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 고유 업무인 대북 정보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민 대다수는 특위까지 마련된 이번 기회에 국정원의 환골탈태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자체개혁안은 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국정원의 자체개혁안은 특위가 향후 여야 합의로 마련해야 할 방안에 대한 참고 자료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여야가 이날 발표된 국정원 자체개혁안을 놓고 견해차를 보이며 대립하는 모습은 과연 이번 특위에서 강도 높은 개혁안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을 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악습을 근절시키기 위해 여당은 최대한 야당에 협조해야 하고, 야당도 대북 정보 수집 등 고유의 기능이 위축되지 않는 범위에서 개혁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 국가 안보의 첨병인 국정원 문제에서는 여야 모두 정략적 접근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국정원이 시대에 맞는 선진정보기구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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