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관계자 "설명회는 안 하고,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리겠습니…"
공릉지구 비대위원장 "자, 이제 노래나 합시다! 해 저문 소양강에~."
12일 서울 공릉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본부 중계사업단 사무실.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행복주택 개선안 설명회 자리에 난데없이 '소양강처녀'가 울렸다. 어떻게든 설명해보려던 국토부 관계자의 목소리는 노랫소리에 묻혔다. 전날 정부가 행복주택 규모를 축소하고 주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 설명회는 첫날부터 파행으로 끝났다.
설명회는 이날 오후 3시 시작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19일은 물론이고, 올해는 (공릉지구를 행복주택 지구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확언하고 시작하라"라고 거듭 요구했다. 국토부와 LH 관계자들이 "일단 설명회에 왔으니 설명을 들어달라"고 하소연해도 소용없었다. LH관계자가 힘겹게 "국민과 젊은이들을 위한 사업"이라는 말을 꺼냈지만 흥분한 주민들은 고성과 "물러가라"라는 구호로 답했다. 결국 1시간20분 가량 주민들을 달래던 국토부와 LH 관계자들은 사무실에서 퇴장했다.
주민들은 공원 조성에 대한 열망과 더불어 정부에 대한 불신을 쏟아냈다. "수십 년간 열차소리에 시달렸는데 거기에 아파트를 지을 순 없다"는 것이다. LH관계자가 "행복주택을 100세대로 줄여 공원도 충분히 지을 수 있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좁아서 못 짓는다"고 반박했다.
참석한 주민 숫자(50여명)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주민들은 "눈이 와서 덜 왔다"고 주장한 반면,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초기 200여명이던 반대 주민이 50여명으로 줄었다"는 입장이다. 가벼운 몸싸움도 벌어졌다.
이날 경시 안산시 고잔지구에서 열린 설명회도 주민 반발에 무산됐다. 황규돈 공릉행복주택건립반대주민비상대책위원회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19일 다른 지구 주민들과 함께 세종청사 앞에서 시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당분간 설명회에 집중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원ㆍ문화시설 건설 등 주민 불만을 해결한 개선안을 준비했는데 설명도 못해 안타깝다"며 "당장 어떤 계획을 밝히기보다 목동 등 남은 지역 주민 설명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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