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준비중인 유승균(53)씨는 시제품을 만드는 게 고민이었다. 유씨는 휴대폰 통신 중계기에서 사용되는 전파 잡음 제거용 필터 부품으로 창업을 준비 중인데, 여러번 구조를 바꿔가며 제품을 만들고 테스트 해보려면 만만치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그는 SK텔레콤을 통해 3D프린터로 손쉽게 시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3D프린터를 사용하면 플라스틱 모형으로 형태만 확인하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 제품과 거의 같게 정교하게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조립해서 기능까지 확인할 수 있다. 유씨는 "원래 시제품을 만들려면 만들 수 있는 곳을 찾느라 이곳 저곳 발 품을 팔아야 하고 쇳덩이를 자르고 깎고 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며 "3D프린터를 활용하니 이런 노력을 10분의1로 줄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유 씨가 시제품을 만든 곳은 SK텔레콤이 만든 'SK팹랩(Fab Lab)'이다. 창업지원을 위해 지난 3일 서울 세운상가에 문을 연 3D 프린터 공작소다.
원래 이 곳은 과거 우주인 후보로 유명했던 고산 대표가 운영하던 '팹랩 서울'이다. 이곳에 SK텔레콤이 힘을 보탠 것인데, 현재 3D프린터 5대를 비롯해 아크릴판 등을 조각할 수 있는 CNC라우터와 레이저커터 등 공작용 기기를 갖추고 있고, 전문가들이 상주하며 3D제품 스캐닝, 프린터 조작, 후가공 작업 등을 도와주고 있다. 예비창업자들은 이 곳에서 3D프린터를 무료로 사용하며 시제품 등을 제작할 수 있다.
고 대표는 3D 프린터가 진정한 창조경제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최근 창업이 소프트웨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에만 편중돼 있는데 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하드웨어 제품 개발과 제조업 창업도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3D프린터는 이런 아이디어가 있는 개인이나 소규모 창업자들에게 손쉽게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진정한 창조경제의 도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작소 위치를 종로구 세운상가에 잡은 이유도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운상가는 과거 산업화의 아이콘이었다"며 "아직까지 전자기기 제조 인프라가 남아 있는 이곳에서 상징적으로 신제조업을 일으키고 싶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내년에는 개인도 손쉽게 3D 프린터를 구입할 수 있도록 판매에도 나설 계획도 밝혔다.
SK팹랩서울은 SK텔레콤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3D프린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일반인에도 무료로 사용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의 창업지원 웹사이트(www.sktincubator.com)에서 예약신청을 하면 누구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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