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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2월 13일] 일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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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2월 13일] 일요일 아침

입력
2013.12.1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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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에 잠자리에서 눈을 뜨면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굳이 표현하자면 조금 이상하고 향기로운 고독 같은 것이다. 학교나 직장에 가지 않아도 되는 조금은 비현실적인 현실이 감성이나 상상력을 묘하게 자극하는 것이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일요일 아침이면 우리 식구들은 교회에 가기 위해 분주했다. 깨끗하고 단정한 옷을 차려 입고 성경책과 찬송가를 옆에 끼고 15분 정도를 걸어서 교회에 가는 것이다. 그것은 삶을 지배하는 매우 간단하고 효율적인 양식 같은 것이었다. 성경책과 찬송가를 옆구리에 끼고 있으면, 알 수 없게도 구질구질한 세속의 때가 벗겨지는 듯한, 그 순간만큼은 어떤 성스러운 이상과 교접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내가 신의 존재를 믿거나 믿지 않거나 하는 것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교회를 마치고 집에 오면 어머니는 칼국수나 만둣국 같은 것을 만들어주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일요일 아침을 더 이상 경험할 수가 없다. 불행하게도 나는 속절없이 흘러간 시간 속에서 그때 함께 했던 가족들과 뿔뿔이 흩어진 채 살고 있다. 일요일 아침을 구성했던 것들을 나는 다시는 가질 수 없는 것이다. 함께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던 그 시간은 그때부터 이미 충분히 짐작되었던 것처럼 지금은 와해되었다. 누구는 죽었고 누구는 배교했으며 누구는 냉담중이다. 어쩌면 행복한 인생이란, 가족과 함께 분주한 일요일 아침을 공유하는 것 아닐까.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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