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지재룡 주중북한대사가 11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공식 외교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베이징 외교가에 따르면 지 대사는 이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주최한 2014년 신년 초대회(리셉션)에 참석했다. 중국은 매년 12월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주중 외교사절들과 국제기구 대표들을 부부 동반으로 초청, 신년 연회를 갖고 축배를 마신다.
이에 앞서 지 대사는 10일 주중 남아공대사관에 차려진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추모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지 대사는 또 9일 주중쿠바대사관이 주최한 연회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8일 평양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장 전 부위원장의 숙청을 공식 결정하고 이튿날 이를 공표했다. 이후 장 전 부위원장의 측근인 지 대사도 곧 본국으로 소환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김일성종합대학 졸업 후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사로청)에 들어간 지 대사는 당시 당 청년사업부 과장이던 장성택의 눈에 들어 외무성 순회대사로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4년 장성택이 '분파 행위자'로 몰려 밀려났을 때엔 함께 지방으로 쫓겨났다 2006년 장성택이 회생하며 다시 당 국제부 부부장으로 복귀했고, 2010년 10월 주중대사로 부임했다.
장 전 부위원장의 실각에도 불구하고 지 대사가 여전히 주중 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북한에게 그 만큼 대중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 동안 북중 관계에서 적잖은 역할을 해 온 장 전 부위원장이 사라진 마당에 지 대사마저 숙청할 경우 북중 관계의 공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중국을 비롯 전 세계에 나가 있는 북한 외교관과 대외무역 관계자의 망명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경제와 핵 무력의 병진 정책을 위해선 이들이 필요하다. 한 외교소식통도 "장 전 부위원장에 대한 숙청 소식에도 불구하고 주중 북한 외교관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정상적인 외교 활동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중 관계는 근본적으로 조선노동당과 중국공산당의 당 대 당 관계를 기초로 한 만큼 지 대사의 역할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없잖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장성택 일당'을 척결하겠다고 한 만큼 지 대사의 거취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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