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환자에게 의사가 약을 직접조제하도록 한 약사법 조항이 처음으로 위헌여부를 심판받을 전망이다. 2000년부터 '처방은 의사, 조제는 약사'를 원칙으로 한 의약분업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나 입원환자, 정신질환자 등에 대해서는 의사가 약을 '직접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부산의 아름다운강산병원은 11일 "입원환자에 대한 의사의 직접조제를 허용하는 약사법 23조 4항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고, 의사의 진료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해 다음주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병원은 2007~2009년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간호사, 조제실 직원들이 입원환자의 약을 조제했다가 적발돼 "의사가 조제행위를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지휘ㆍ감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병원은 약제비 23억원을 건보공단에 돌려줬다.
쟁점은 의사의 직접조제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다. 2007년 대법원은 "의사가 환자에 대해 복약지도까지 제대로 한 경우"로 판시했다. 이에 대해 병원을 대리해 헌법소원을 진행하는 현두륜 변호사는 "주사를 놓을 때 의사의 직접 지휘ㆍ감독 없이 간호사에게 맡긴다"며 "의료법상 진료보조가 가능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조제하고 나눠주는 것은 의사의 직접조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에선 대부분의 병원이 약사 아닌 간호사 등에게 조제를 맡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넘겨받은 '2012년 종합병원 처방현황자료'에 따르면 약사가 1명만 근무하는 종합병원은 110곳이었고 이중 15곳은 약사 1명의 조제건수가 하루 200건이 넘는다. 약사 1명이 8시간동안 1분도 쉬지 않고 약을 지어야 가능한 수치로 사실상 간호사 등이 조제한다는 것이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관계자는 "약사가 절대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보건당국도 중소병원의 이런 조제행위에 대해 엄격한 단속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조제수가 인상과 약사 처우 개선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지 의약분업의 원칙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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