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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 수순 뻔한데… 의견 듣겠다는 행복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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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 수순 뻔한데… 의견 듣겠다는 행복주택

입력
2013.12.1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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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도 없는데 의견 수렴한다는 말은 못 믿어요."

국토교통부가 11일 "행복주택 시범지구의 의견을 대폭 반영하겠다"며 행복주택 사업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정작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개선안엔 5개 지구에서 16일까지 주민설명회 개최, 사업 규모 최대 절반 축소 등이 담겼다.

국토부에 따르면 목동 공릉 송파 잠실(이상 서울), 고잔(경기) 등 행복주택 후보지에 들어설 아파트 세대 수는 기존의 38~50% 수준으로 줄어든다. 예컨대 목동지구는 행복주택 세대 수가 기존(2,800세대)의 46%(1,300세대)로 감소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교통혼잡, 과밀학급, 주변 임대시장 악화, 기존시설 이전 등 주민들이 제기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5일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지구 지정을 강행하려다 역풍을 맞아 실패한 만큼, 주민설명회 등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지구 지정을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각 지역의 행복주택건설반대주민비상대책위원회는 오히려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법적 근거 없이, 주민 의견을 수렴한다는 정부의 '말'만 믿다 사태가 악화했다는 불신 때문이다.

실제 현재 행복주택의 법적 근거인 '보금자리주택건설등에관한특별법'에는 지구 지정 전 주민에게 사업을 공고하게 돼 있을 뿐이다. 지구 지정 이후 세밀한 계획을 짜는 지구계획 때도 "시·군·구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만 돼있어 정작 주민들은 자신들의 생활권에 주택이 1,000가구가 들어서도 보고만 있어야 한다.

예컨대 구로구는 이미 시범지구로 지정된 오류지구의 지구계획 과정에서 복지시설이 크게 줄어든 것을 알고, 지난달 22일 국토부에 지구 지정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아직 답이 없다. 구로구 관계자는 "국토부가 반대 의견을 '의견 수렴 완료'로 보고 사업을 강행하면 손 쓸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특별법 개정안에도 주민 의사를 반영할 실질적 절차는 없다. 대신 행복주택 이름이 '공공주택'으로 바뀌었고, 학교부지 확보 의무 등 규제를 완화해 사업 추진을 쉽게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면 어떤 사업이 제때 추진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오랜 일방소통에 지친 후보지 주민들은 벌써부터 설명회에 다른 속셈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부가 주민 의견을 들었다는 명분을 쌓은 뒤, 19일 지구 지정을 강행하는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신정호 목동지구 비대위원장은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일정을 통보해와 주민을 모을 테니 설명회를 연기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설명회 뒤에도 여론을 들을 것이라 연기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19일 지구 지정 강행 여부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않았다.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5개 지구 주민비대위는 19일 국토부 세종청사에서 행복주택 반대시위를 할 계획이다. 구로구는 새로 결성된 오류지구 비대위와 협력해 국토부에 행복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오류동 주민 5,456명의 서명을 보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강제력과 구체적 절차가 있는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민 의견 반영을 강제하면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정부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4대강 사업 등에서 치른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돌아가는 게 빠른 길'이란 것이다.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사업이라도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며 주민 의견을 실제로 듣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장도 "관이 다 만들고 설명만 해선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면서 전문가와 주민이 참여하는 국책사업위원회 도입을 주장했다. 최 팀장은 "끝까지 반대하는 주민이 있겠지만 처음부터 함께 계획을 만들면 결과에 승복하기도 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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