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 이후 요동치는 북한 권부의 변화양상에 대한 바로미터로 내주 열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 행사가 주목 받고 있다. 로열 패밀리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의 거취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16일 오후 평양체육관에서 당ㆍ정ㆍ군은 물론 각 지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추모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어 17일 0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비롯한 권부 핵심들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할 것으로 보인다. 참배시각인 17일 0시는 김 위원장 사망일에 맞춘 것이다.
관심은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의 등장 여부다. 김경희는 지난해 1주기 참배 때 김 1위원장과 같이 맨 앞줄에 서 있었다.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일단 김경희의 참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장성택 제거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김 제1위원장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김경희는 북한 김씨 일가의 백두혈통을 이어받은 김정은의 몇 안 되는 혈육"이라며 "백두혈통이 김정은의 권력기반이기 때문에 김경희는 당연히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의 후견인인 김경희의 이미지에서 장성택의 그림자를 완전히 씻어내는 효과도 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장성택을 처단하면서 밝힌 죄목 중에 여자문제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김경희가 장성택과 별개라는 점을 주민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라도 추모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지병을 앓고 있는 김경희의 건강이 악화되거나 남편의 숙청에 따른 심리적 부담이 커질 경우 추모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 제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의 참석 여부도 관심이다. 리설주는 지난해 1주기 행사 때 만삭의 몸을 이끌고 김 1위원장 바로 옆에 서 있었다. 하지만 2주기 추모행사가 장성택 숙청 이후 충성맹세를 강조하는 분위기로 진행될 것으로 보여 리설주의 등장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리설주는 최근 자신이 활동하던 은하수관현악단의 성추문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만큼 전면에 내세우기에는 김 1위원장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리설주는 최근 50여일 동안 공식 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과 친형 김정철, 이복누나인 김설송 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장성택이 김정은의 친인척으로서 전횡을 휘두르다 숙청된 만큼 다른 혈육들은 가급적 뒤로 빠지고 대신 측근들을 김정은 주변에 배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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