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 체육교사 임용시험 출제위원의 문제 유출 의혹과 관련해 일부 대학들의 족집게 특강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출제위원들이 시험 직전 특강에서 '찍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문항은 현재까지 체육 전공 AㆍB 총 23문제 가운데 7문제(기입형 4, 서술형 2, 논술 1)에 달한다. 점수로 환산하면 80점 중 30점이다. 특강 자료의 출처로 언급되는 대학도 경상대를 포함 서너 곳에 이른다.
이런 찍어주기 특강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제위원들이 기존에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를 출제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자신의 세부전공분야에 해당하는 내용을 문항에 반영하면서 빚어진 일이라는 지적이다. 노량진의 한 학원 강사는 "이번에 유출 논란이 된 문제들 중 하나는 절판된 교과서에만 등장하는 극히 지엽적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과목에 따라 교과서가 무려 100종에 달하는 점도 족집게 특강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수많은 교과서 내용을 모두 공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특강 자료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한 학원 강사는 "시험 2주 전부터 연락이 되지 않는 교수들이 출제위원으로 들어갔다고 보고, 해당 교수들의 특강 자료를 구하느라 난리를 치는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출제위원이 된 교수들의 자료는 동료 교수 등을 통해 소속대학 응시생들을 위한 족집게 특강으로 이어진다. 소속대학 출신 응시생이 한 문제라도 더 풀어 높은 점수를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임용시험 합격자 배출 실적 압박과 어긋난 제자 사랑이 교수들의 특강을 고착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A대학 교수는 "고의로 문제를 유출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자들에게 아는 내용을 잘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했지만 대다수 시험 관계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B대학의 교수는 "발표된 최종합격자 수가 전 해보다 줄었거나 경쟁 대학보다 적으면 학내 분위기가 급격하게 나빠진다"며 "대학에서 실적에 큰 관심을 기울이니 교수들의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강 공개와 필수 전공서적 지정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노량진 학원가의 베테랑 강사는 "각 대학이 소속 학생들만을 위해 여는 특강은 근절돼야 한다"며 "특강을 꼭 해야 한다면 공개특강이 이뤄져야 정보 불평등이 해소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강사는 "현재 교과서가 100종에 달해 응시생들이 교수들의 출제범위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출제위원들이 한정된 필수 전공서적 안에서 문제를 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강사는 "현행 제도를 고수한다면 응시생들이 특강 자료 확보에 열을 올리고, 문제 유출 의혹은 매년 반복적으로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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