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커졌다. 채권단은 추가 지원에 대한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미뤘고, 군인공제회는 쌍용건설의 채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방법이 없다"고 포기하는 분위기다. 채권단은 다음주 최종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인데,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 산업 국민 신한 하나 외환 수출입은행 및 서울보증보험 무역보험 등 쌍용건설 채권단은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쌍용건설 문제를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군인공제회의 쌍용건설 계좌 가압류 이후 처음 마련됐다.
군인공제회는 4일 쌍용건설의 남양주 아파트 건설사업장 미수금과 관련해 1,235억원을 돌려달라며 쌍용건설 공사대금 계좌를 가압류했다. 5일 뒤 쌍용건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금융위원회 중재로 군인공제회와 만나 원리금 상환 3년 유예와 출자전환 동참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날 채권단 회의는 별다른 결론 없이 조만간 쌍용건설 추가 지원과 관련한 각 사의 입장을 묻기로 한 채 끝났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에서 조만간 의견서를 돌리기로 했다"며 "군인공제회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쌍용건설에 대한 지원 요구를 채권단 소속 각 사에 맡기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회의 이후 채권단 소속 금융회사 대부분이 "추가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은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 은행 고위관계자는 "시장에서 안 되는 기업을 끝까지 지원하는 것은 살아있는 기업과의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며 지원 거부 의사를 밝혔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추가 자금이 운영자금 등 경영정상화가 아닌 군인공제회의 빚을 갚는데 쓰이면 채권단의 배임이 되는데 어느 은행이 돈을 넣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군인공제회도 완강하다. 채권단이 요구하는 쌍용건설 채권에 대한 이자 탕감, 출자 전환 등의 지원은 역시 배임에 해당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 초기부터 줄곧 쌍용건설 살리기에 총대를 맸던 금융당국은 뒤로 물러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권단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에 대한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쌍용건설은 올 초에 이미 법정관리가 유력했지만 해외시장에서의 입지와 협력업체 연쇄 도산에 대한 우려로 금융위가 나서 추가 지원을 주도했다. 워크아웃에 앞서 쌍용건설의 대주주였던 금융위 산하 자산관리공사는 부실채권정리기금 청산을 이유로 모든 책임을 채권단에 넘겼다.
금융위의 채근에 채권단은 '울며 겨자 먹기'로 3,100억원의 출자전환과 함께 2,45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쌍용건설이 무너질 경우 막 출범한 정권에 미칠 타격을 우려해 금융위가 지원을 밀어붙인 결과,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은행은 이번 주 내로 채권단 소속 금융회사들의 의견서를 접수 받고, 다음주 초쯤 최종 입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채권단의 지원이 없을 경우 상장기업인 쌍용건설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상장폐지는 물론이고, 법정관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3,000억원 안팎의 채권을 가진 1,400여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도 가시화한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