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 박주원(33)에 대한 가장 쉬운 설명은 아이유의 최근 곡 '을의 연애'와 '아이야 나랑 걷자'의 작곡가라는 사실일 게다. 단 두 곡만으로 아이유의 음악 색채를 뒤바꿔 놓은 그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세 번째 앨범 ' 캡틴'을 12일 내놓았다. 박주원은 10일 한국일보와 만나 "기타와 카혼(상자 모양을 한 페루의 전통 타악기)을 중심으로 간결하게 구성한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국내에서 드물게 집시 기타를 다루는 연주자다. 클래식으로 시작해 헤비메탈을 거쳐 집시 음악에 정착했다. 조규찬 이소라 윤상 등의 앨범에서 세션 연주자로 이름을 높이다 2009년 데뷔작 '집시의 시간'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두 장의 앨범을 통해 얻은 자신감일까. 새 앨범에서 그는 오롯이 기타의 울림으로만 밀고 나간다. 카혼이 그림자처럼 기타와 함께하는 가운데 간간이 보컬과 일렉트릭 기타, 베이스, 바이올린 등이 은근하게 포개진다. 그는 "이전 앨범에선 '이 곡은 이런 리듬으로 해야겠다' 하는 식으로 장르에 갇혀 작업한 곡이 많았다"며 "이번엔 나조차도 장르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멜로디가 나오는 대로 자연스럽게 만들어갔다"고 했다.
박주원의 기타는 스페인의 플라멩코 기타를 바탕으로 프랑스 헝가리 등으로 퍼져 나간 집시 음악의 화려하면서도 구슬픈 정서를 전한다. 정통 집시 음악에서 동유럽의 강한 향신료를 빼고 뉴에이지, 가요, 팝의 대중적인 맛을 가미해 본토의 음악에 비해 이질감이 덜하다.
앨범의 첫 곡 '겨울날의 회상'과 팝 가수 빌리 조엘의 명곡 '저스트 더 웨이 유 아', 록 밴드 레인보의 대표곡을 뉴에이지 스타일로 편곡한 '템플 오브 더 킹' 등은 집시 음악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팝적인 서정성을 드러내는 곡들이다. 느린 연주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속주에서 오히려 여유를 보이는 반전의 매력이 앨범 곳곳에 넘친다.
가사가 담긴 곡은 '그 멜로디'가 유일하다. 개그우먼 신보라가 경쾌한 룸바 리듬 위를 넘나들며 유연한 가창을 선보인다. 그는 "신보라가 개그우먼이 아닌 가수로 참여했다"고 했다. "보라는 가스펠 합창단인 헤리티지의 멤버였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에요. 그때 저는 기타를 연주했죠. 보라가 노래 실력이 뛰어나 녹음도 단숨에 마쳤어요."
축구 마니아인 그는 1, 2집에 이어 이번에도 축구를 주제로 한 '승리의 티키타카'와 '캡틴 No. 7'을 수록했다. 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엽이 스캣 보컬로 참여한 '승리의 티키타카'는 스페인 축구팀 FC바르셀로나에 바치는 곡이다. FC바르셀로나 특유의 정교하고 짧은 패스워크를 일컫는 말인 '티키타카'처럼 어쿠스틱 기타의 활기 넘치는 리듬으로 시작해 정엽의 스캣을 거쳐 현란한 일렉트릭 기타 연주로 끝을 맺는 극적인 구성이 압권이다.
6현 위의 손가락은 박지성의 국가대표 시절 백넘버를 제목으로 한 '캡틴 No. 7'에서 축구장을 누비는 '산소탱크'를 연상시킬 정도로 잽싸고 기민하게 내달린다. "다음 앨범에는 차범근과 홍명보를 위한 곡도 넣을까 봐요. 차붐을 위한 곡부터 만들었어야 하는데 제가 그 세대가 아니다 보니…. (웃음) 박주영을 위한 곡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박주영보다는 박지성이 먼저죠."
새 앨범 발매와 함께 단독 콘서트도 준비 중이다. 성탄절 전날인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두 차례의 공연을 연달아 한다. 그는 "단독 공연으론 2년 만인데 지금까지 했던 것 중 최대 규모라서 떨린다"고 말했다. (02)515-5880
고경석기자 k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