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사가 우리 공군의 차기 전투기(F-X)로 자사의 유로파이터(타이푼 트랜치3) 40대와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A 20대를 혼합 구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스텔스(레이더망 회피) 전투기 F-35A의 개발 지연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제안이지만 군이 스텔스기를 구매하기 위해 요구성능과 도입 대수까지 바꾼 상황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피터 마우트 EADS 수석부사장은 11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F-35A가 기술적 문제 등으로 개발이 늦어지고 있어 인도 시기와 가격이 불확실한 만큼 유로파이터와의 혼합 도입을 통해 전략적인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런 방안을 내놨다.
그는 “유로파이터는 F-35A와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사용하는 전투기여서 혼합 운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마우트 부사장은 “한국이 40대로 구매 대수를 줄이더라도 60대를 기준으로 한 기존 제안 조건은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하는 KF-X 사업에 2조원을 투자하는 것은 물론, 파격적 기술 이전과 한국 내 생산 약속도 그대로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더 좋은 조건도 제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우트 부사장은 자사 제품을 구매하면 납품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약속도 했다. “한국이 유로파이터를 차기 전투기로 도입하기를 원한다면 최우선으로 공급해 한국이 항공 전력 공백 사태를 겪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내년에 계약을 체결하면 2017년부터 전투기를 인도할 수 있다”며 “이미 400대가 실전 배치된 유로파이터는 구형 전투기 퇴역으로 항공 전력 보강이 시급한 한국에 가장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기종”이라고 강조했다. F-4, F-5 등 노후 전투기 도태로 2019년이 되면 우리 공군의 전투기 보유 대수가 유지 목표 대비 80여대 부족한 350여대로 줄어든다는 게 공군의 분석이다.
군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군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F-35A로 기종을 정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으니 할 수 있는 바를 다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하지만 구매 대수를 줄여가면서까지 스텔스 성능을 강화한 군 당국의 고충을 읽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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