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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카스트로와 악수한 오바마, "독재정권 선전거리 제공"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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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카스트로와 악수한 오바마, "독재정권 선전거리 제공" 역풍

입력
2013.12.1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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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거행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추도식은 높은 관심에 버금갈 정도의 뒷말을 남겼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의 악수와 덴마크 여성 총리 헬레 토르닝 슈미트와의 셀카(자가촬영)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엉뚱한 핑계로 추도식에 불참해 구설에 올랐다.

이날 추도식에 조금 늦게 도착한 오바마는 먼저 와있던 정상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카스트로 의장이 맨 앞에서 반갑게 맞으며 손을 내밀었다. 오바마는 허리를 굽혀 눈높이를 맞추고 카스트로와 악수한 뒤 옆에 있던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볼 키스를 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두 사람이 손을 잡은 것은 화해의 삶을 살아온 만델라의 추도식장에서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외신들이 '역사적 장면'이라며 긴급 타전한 두 사람의 악수지만 미국에서는 큰 역풍을 맞았다. 라울 카스트로가 1959년 혁명 정권을 세운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인데다 미국은 52년째 쿠바와 국교를 끊은 채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쿠바 독재정권을 유지할 선전거리를 제공했다"면서 네빌 체임벌린 전 영국 총리와 아돌프 히틀러 전 독일 총통의 악수에 비유했다. 체임벌린은 2차 세계대전 직전 평화를 얻겠다며 히틀러에게 양보한 나약한 정치인이다. 쿠바 반체제 인사의 아들인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도 불쾌감을 드러냈고 일리애나 로스 레티넌 공화당 하원의원은 오바마가 "피 묻은 손을 잡았다"고 비판했다. 오바마는 2009년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서 당시 중남미 반미운동의 기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악수한 뒤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백악관은 "사전에 계획한 악수가 아니었다"고 진화에 나섰으나 곧 셀카 구설에 휘말렸다. 오바마가 추도식장에 나란히 앉아 있던 토르닝 슈미트 덴마크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환하게 웃으며 함께 셀카를 찍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오바마는 토르닝 슈미트 총리의 스마트폰을 살짝 잡아주기까지 했는데 옆에 있던 부인 미셸이 이 순간 먼 곳을 쳐다봐 묘한 대조를 이뤘다. 오바마가 웃으며 오른손으로 토르닝 슈미트 총리의 어깨를 다독이자 미셸이 굳은 표정을 짓는 장면도 공개됐다. 추도식에서 셀카 촬영은 외교 에티켓에 벗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경비 200만달러가 너무 많다며 추도식 참석을 취소해 논란을 자초했다. 언론은 이스라엘이 남아공 백인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지원했고 만델라가 친팔레스타인 성향을 보인 게 진짜 취소 이유라고 추정했다. 이란 언론들은 로하니 대통령이 '사탄의 우두머리'인 오바마를 만나기 싫어 참석을 취소했다고 주장했으나 보수파의 비판을 의식한 결정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의 전현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와 프랑수아 올랑드는 정치적 불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전용기 2대에 나눠 탄 채 추도식에 참석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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